
“멈춰라!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들어와!” 노란색의 작은 곤충은 움찔했다. 그러는 사이 새턴의 개미들이 이 작은 곤충을 에워쌌다. “저, 저기, 저는 아무 힘이 없는 약한 곤충이에요. 개미님들에게 아무 해가 되지 않는답니다. 오늘 날씨가 좋아 나들이를 나왔다가 어쩌다 보니 이 나무 위에 올라와 본 것뿐이에요.” 작은 곤충은 놀라서 벌벌 떨었다.
“네 이놈! 이 나무는 우리 왕국이야. 여기서 어정대지 말고 냉큼 꺼지지 못해?” 새턴의 총사령관 네오가 무섭게 소리쳤다. “예, 예. 제가 그런 줄도 모르고요. 이 연약한 제가 뭘 어쩌겠습니까? 노하지 마십시오, 바로 물러나겠습니다.” 곤충은 두 발을 들어 싹싹 빌며 애원했다.
그러고는 곧바로 가지를 기어내려가기 시작했다. “잠깐만, 거기 멈춰라! 너 방금 여기서 무슨 짓을 했지? 네 놈한테서 나는 이 냄새는 뭐냐?” 세로가 곤충을 불러 세웠다. 작은 곤충은 바로 멈춰 섰다. “너 아가리 벌려 봐!” 네오가 명령했다. 하지만 곤충의 입에서는 아무 냄새도 나지 않았다.
“이 놈의 몸을 샅샅이 살펴 봐! 우리 왕국에서 무언가 훔쳐간 게 분명해.” 네오가 부하들에게 말했다. “이 놈 꽁무니에서 무슨 냄새가 납니다!” 부하 중 하나가 말했다. 네오는 곤충의 꽁무니를 살폈다. “이 놈 봐라, 네가 그 사이 우리 왕국에서 뭘 훔쳐 먹었구나. 네 놈이 살아나갈 성 싶으냐?”
네오의 쩌렁쩌렁 음성에는 노기가 배어 있었다. “저는 아무 짓도 안 했습니다. 개미님, 목숨만 살려 주세요. 얼른 떠나겠습니다.” 곤충은 사색이 되어 벌벌 떨었다. “잠깐만 내가 좀 살펴보겠소.” 외교대신 세로가 나섰다. 세로는 곤충의 꽁무니에서 나오는 즙을 묻혀서 조금 맛보았다.
그리고 빅과 이호에게도 맛을 보였다. “맛이 좋은데요?” 이호가 말했다. “이 맛은…. 언젠가 먹어 본 적이 있어요. 그러니까….” 빅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생각났어요. 어디서 많이 본 녀석이었는데, 이 작은 곤충은 진딧물이에요. 우리 개미 종족은 진딧물의 꽁무니에서 나오는 음식을 즐겨 먹지요. 개미와 진딧물은 오랜 세월 서로 돕고 살았답니다.”
“그렇다면 이 진딧물이 우리 부족의 식량난을 해결해 줄 수도 있을까요?” 총사령관 네오가 물었다. “자세한 건 알 수 없지만 일단 이 놈을 풀어주고 가족들을 데리고 오라고 합시다. 워낙 작고 힘없는 놈이라 우리에게 문제가 될 건 없겠지요. 여왕님께는 내가 보고 드리겠소.” 세로가 말했다.
죽을 뻔 했다가 풀려난 진딧물은 다른 나무에서 살고 있는 친구들과 가족들, 친척들을 모두 불렀다. 잠시 후 수많은 진딧물이 아카시아로 이사를 왔다. 그들은 아카시아 잎의 이곳저곳에 퍼져서 자리 잡았다. 세로의 보고를 받은 여왕은 진딧물들을 보려고 밖으로 나왔다.
여왕은 진딧물의 즙을 먹어보고는 아주 만족했다. “좋은데! 이 정도 맛과 영양이면 우리 새턴들이 활기 있게 살아갈 수 있겠어!” 기분이 좋아진 여왕은 새턴의 용사들에게 진딧물을 잘 지켜주고 기르라고 명령했다. 진딧물이 만들어 내는 즙으로 새턴의 개미들은 식량 부족을 해결할 수 있고 여왕이 낳은 알들도 잘 키워낼 수 있을 것이다.
잠시 후 미미는 아카시아 나뭇가지와 잎에 노란 곤충이 잔뜩 붙어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새턴들이 아카시아에 붙는 곤충은 모두 내쫓는데 어찌된 일인지 알 수 없었다. 미미가 의아해 하고 있을 때 빅과 이호가 미미에게 왔다. “빅, 이호, 도대체 저 노란 곤충이 뭐예요?” 미미가 물었다. “아, 저거? 바로 진딧물이야, 미미.” 빅이 대답했다.
[글: 최문형 / 그림: 정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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