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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석의 도쿄타워] 재일교포역사박물관 건립을 꿈꾸며
박정석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7-22 06:31:20
 
▲ 박정석 일본통신원·칼럼니스트
요즘 한국인에게 ‘재일교포’란 어떤 존재일까 진지하게 물어보고 싶을 때가 있다. 재일교포의 출발과 대한민국 발전에 기여한 부분 등을 전혀 모르거나 잊은 분위기다. 먼지를 뒤집어쓴 채 과거의 창고에 처박혀 있는 듯한, 그러나 현존하는 실체인 재일교포를 고국의 모든 분께 알려야 할 것 같다.
 
33년간 일본에 살며 필자는 ‘재(在)일본 대한민국민단’(이하 ‘민단’) 조직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 지금도 조직의 작은 역할을 맡고 있다. 여러 가지 이유와 배경을 지닌 채 일본에 생활 근거지를 가지게 된 교포 사회와 고국 사이에서 적절한 연결고리가 되고자 노력해 왔다. 재일교포들의 삶과 조국애를 전하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다. 
 
얼마 전 민단의 오영석 전 도쿄본부 의장과 대화하며 재일교포로서 대한민국에 서운한 부분 관련해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눈 적 있다. 결론을 요약하자면 오 전 의장은 재일교포들의 고국을 향한 충성의 역사를 교과서에 실어 후세와 공유하게 해 달라는 염원을 갖고 있었다. 그는 재일교포에 대해 무지하거나 무관심한 가운데 양국 갈등의 희생양이 되는 현실을 토로하기도 했다. 
 
1945년 8월 해방 당시 220만 재일본 한반도 출신자 가운데 120만 명이 귀국하고 약 100만 명이 남아 있었다. 이후 일부 일본인으로 귀화한 경우를 제외하면 다수가 ‘특별영주자’ 신분으로 살았고 그중 약 30만 명이 대한민국 국적을 유지했다. 2023년 기준 일본 출입국재류관리청 통계에 의하면 약 43만4000명이다(북한 국적자 2만4000명). 이는 이른바 ‘뉴커머’(1965년 한일국교정상화 이후 일본에 정착한 대한민국 국적자)를 포함한 숫자다
 
재일교포의 역사를 한국 교과서에 실어 가르치는 것에 반일 정서가 걸림돌이 된다고 보는 사람이 많다. 재일교포들도 반일 감정에 대해 잘 알고 있으나 한가지 늘 의아해지는 게 있다. 1000년간 우리를 괴롭힌 중국에 대해선 왜 보편적 반중 감정이 없을까. 6·25전쟁에 끼어들어 우리가 그 큰 희생을 치르고도 통일을 달성하지  못하게 만든 장본인, 분단의 주역 아닌가. 사드 보복 이래 생긴 혐중 정서엔 아직 반일만큼의 두께나 집요함이 없다.
  
일본대사관 앞 반일 시위는 자주 있고 매주 수십 년 지속되기도 한 반면, 근년 중국을 향해 항의 표시를 할 만한 일이 그렇게 많았음에도 중국대사관 앞 반중 집회 소식은 거의 들어 보지 못했다. 이런 불공평한 굴종적 태도에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중국 앞에선 너무나 작아지면서 일본 앞에서만 큰소리치는 대한민국을 재일교포들은 이해하기 힘들다. 반일 광풍이 몰아칠 때마다 생업에 상당한 피해를 입기도 한다.
 
여러 어려운 환경 속에서 재일교포의 대표 조직인 민단이 직접 나서서 몇 차례 일본에서의 고단한 삶과 그 속에서 간직해 온 조국애를 알리는 기획을 했다. ‘재일동포 100년 역사 사진전’이 대표적이다. 시작은 2005년 11월에 가진 광복 60년 기념 사진전이다. 한국의 해외교포문제연구소와 더불어 일본의 대한민국민단과 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가 함께 준비했다. 오랫동안 반목과 갈등을 거듭한 두 단체가 중앙조직 차원에서 처음으로 공동 행사를 마련했던 것이다.
 
이후 민단과 재일한인역사자료관 중심으로 2012·2016·2021년 사진전을 개최해 전국 투어를 하기도 했다. 일본 언론이 적극 보도하며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으나 정작 고국에선 잠깐 매스컴을 탔다가 사라진 감이 있다. 이런 점을 교포들은 아쉬워한다. 고국과 굳건히 연결돼 있길 원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오영석 전 의장과의 대화 속에서 한국에 ‘재일교포역사박물관’ 건립을 제안한 바 있다. 작년 경남 남해시 독일마을의 파독 광부·간호사박물관을 방문했다가 착안한 것이었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파독 광부·간호사와 베트남전쟁 파병 이야기는 몇 년 전 히트한 영화 ‘국제시장’을 통해 젊은층에게도 알려졌다. 파독·파월 못지 않게 재일교포들 역시 조국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6·25 때 학도의용군 참전, 70년대 산업화 엔진 역할을 한 구로공단에 재일교포 기업의 적극적 참여를 제일 먼저 꼽고 싶다. 88서울올림픽 때 약 541억 원 기부, 90년대 말 외환위기 당시 우리 정부가 300억 엔어치 국채를 발행했을 때도 재일교포들이 그것을 소화해 냈다. 또 민단은 ‘고국에 통장 만들기’를 전개하여 15억 달러 상당의  금액을 송금해 외환위기 극복을 도왔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엔 약 20억 원을 쾌척했다.
 
이 모두가 재일교포들의 간절한 마음이 깃든 피땀어린 돈이다. 이런 역사가 고국에서 외면받아선 안 될 것이다. 박물관이나 기념관 등은 한 나라 국민의 대표적인 평생교육기관, 과거를 통해 현재를 비추고 미래를 내다보게 하는 지혜·성찰·학습·교육의 공간이다. 재일교포역사박물관 건립에 한국 정부와 민단이 함께해야 한다. 한·일이 서로를 더 잘 알아 가는 징검다리도 될 것이다. 반일과 혐한을 극복할 최고의 문화사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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