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경 연재소설 ‘위선의 시대’ [51] 고난과 축복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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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경 필진페이지 + 입력 2025-02-25 06:30:08

그날따라 왜 그렇게 비는 억수로 내리는지. 아버지는 하나님도 슬퍼하나보다, 했는데 희숙은 하나님이 원망스러웠다. 나중의 축복은 필요 없고 당장 닥친 불행만이라도 막아 주셨으면. 아버지는 고난을 주실 때마다 기도하라 하셨지만, 희숙의 기도는 늘 원망으로 가득 찼다. 주여, 왜 우리에게 이토록 가혹하시나이까.

입시 준비하면서 희숙의 삶은 숨 가빴다. 반드시 서울대에 합격해야 등록금 걱정을 덜 수 있다. 아버지는 양화점에 단골이 늘어나자, 희숙의 대학 등록금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동네 아주머니들과 계를 하면서 돈을 모았는데 서울대 등록금에 맞춘 것이었다. 고3 내내 아버지와 새벽기도를 빠뜨리지 않았고 아버지는 희숙의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가족 도시락 싸는 일을 당신이 하겠다고 했다. 전교 10등 안에 들었던 희숙의 성적은 고3이 되면서 떨어지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희숙의 성적이 떨어지는 게 자신의 탓이라 생각했다. 과외도 안 하는 큰딸의 시간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해 동생들 도시락까지 준비했다.

도시락 준비하는 시간을 줄이면 공부 시간이 늘어날 거라는 판단이었다. 희숙의 성적이 떨어지기 시작한 게 아버지와 동생들 도시락 때문이 아니란 걸 희숙 아버지는 까맣게 몰랐다. 희숙은 늦게까지 야습하고 집에 들어온 날에도 집안일을 마무리했다. 빨래하고 아침에 먹을 밥과 국을 미리 만들어 놓았다.

매일 5시30분 예배를 보고 7시면 등교 준비를 마쳤다. 아버지가 도시락을 손수 싸겠다고는 해도 도시락용 반찬이 따로 있는 건 아니었다. 매일 아침상에 올리는 밥과 반찬을 도시락통에 나눠 담으면 돼서 도시락 준비에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희숙은 아버지 노고를 덜어 드리려 밤에 미리 아침용 반찬을 넉넉하게 준비해 두었다. 반찬은 김치나 콩자반 어묵조림 정도였고 가끔 김구이를 넣어 주기도 했는데 그것들 대부분은 교회 집사님들이 가져다준 것이었다.

희숙 가족이 다니는 교회에선 희숙의 엄마가 투병 생활할 때부터 장례를 치르기까지 모든 도움을 아끼지 않았다. 모자라는 병원비도 십시일반 걷어 주고 일요일엔 하루 종일 교회에서 식사를 해결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깨끗한 이불이나 헌 옷가지·신발이며 가재도구도 교회 성도들이 모아 주었다.

교인들은 희숙의 가정을 가족처럼 돌봐 주었다. 슬픔이 오래가지 않도록. 희숙이 사는 곳은 잘사는 동네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먹을 것과 입을 것을 나누고 슬픔과 고통을 분담하려 했기에 희숙은 그 은혜를 믿음으로 갚으려 했다. 하나님을 신뢰하고 하나님 말씀대로 살며 네 이웃을 사랑하라던.

희숙의 아버지나 희숙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행복 가운데 연단을 통과하지 않고 만들어진 것은 하나도 없다고 믿었다. 희숙은 베드로 전서 5장10절을 외우고 또 외웠다.

“모든 은혜의 하나님 곧 그리스도 안에서 너희를 부르사 자기의 영원한 영광에 들어가게 하신

이가 잠깐 고난을 받은 너희를 친히 온전케 하시며 굳게 하시며 강하게 하시며 터를 견고케 하시리라”

[글 박선경 일러스트 임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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