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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소의 건강기능식품(건기식) 판매를 두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3000원 건기식으로 화제를 모았던 다이소의 건기식 판매가 약사들의 반발로 일양약품이 제품 판매를 중단하고 일부 제약사들도 자품의 다이소 입점을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면서 약사들이 국민의 선택권을 빼앗았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소비자단체는 대한약사회가 사실상 제약사에 ‘압박’을 가해 특정 유통에서 건기식 판매를 막은 것 아니냐고 지적하자 급기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대한약사회를 상대로 제약사에 건기식 제품의 다이소 입점을 못하도록 ‘갑질’을 했는지에 대한 조사에 나서는 등 논란이 커지고 있다.
다이소 건기식 판매 중단 논란… 약사회 압박 의혹
논란의 시작은 제약사들이 다이소에서 건기식을 판매한다는 소식이 처음 전해진 시점부터다. 대웅제약과 일양약품이 다이소에 먼저 입점했고 종근당건강은 락토핏 골드와 루테인지아잔틴을 3∼4월에 다이소에서 선보일 예정이었다.
제약사들은 기존 제품에서 일부 성분을 조정하고 패키징 비용을 절감해 낮은 가격을 책정했다. 또 대량생산을 통해 원가를 줄였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원료 원산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인증 사실 또한 공개했다.
비슷한 제품이 약국에서 2만5000~3만 원에 판매되는 것과 비교해 최대 10분의 1 가격으로 공급되자 소비자들에게서 폭발적인 반응이 일었다. 하지만 출시 5일 만에 일양약품이 전격적으로 제품 판매를 중단하며 논란이 불거졌다. 약사회의 조직적인 반발이 판매 중단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대한약사회 공정한 경쟁인가, 조직적 갑질인가
다이소에 입점한 건기식이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자 대한약사회는 건기식의 무분별한 유통이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며 강력한 대응을 예고했다. 약사회는 공식 성명을 통해 “유명 제약사가 약국에서 판매하던 제품을 생활용품점에 저가로 공급하며 소비자들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약사회의 반발이 거세지자 급기야 유명 유튜버·약사들은 △건기식 바로 알기 △다이소 제품과 약국 제품 비교하기 등에 관한 영상과 포스터를 제작하며 약국에서 건기식과 영양제 등을 구입해야 하는 이유를 알리는 데 나서고 있다.
특히 양천구약사회의 경우는 자체적으로 다이소 저가 건기식을 겨냥하는 내용의 포스터를 제작해 회원 약국에 배포했다.
포스터는 내 몸에 맞는 전문적인 상담과 복용 중인 약과 영양제의 상호작용에 관한 상담을 위해 약국을 방문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아무 영양제가 아닌 내 몸에 맞는 영양제를 복용하고 일반의약품과 건기식 가운데 적절한 상담을 통해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설명이다.
여윤정 양천구약사회 회장은 “(포스터 제작 및 배포는) 원료·효능·효과에 의구심이 드는 저가 영양제와 신뢰할 수 있는 약국 영양제와의 차별점 등을 소비자들이 알 수 있도록 한다는 데 목적이 있다”며 “동일한 제품이 아님에도 약국용 영양제가 호도돼 회원들이 피해당하는 일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상급회와 해결 방안 등을 강구하고 제약사에 대해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약사 커뮤니티에는 “제약사가 약국을 엿 먹였다” “5000원짜리 약 먹고 싶은 분은 다이소로 가면 되고 약사가 추천하는 제품 먹고 싶은 분은 약국으로 오시면 된다” “다이소에서 파는 3000원짜리 저가 하류 제약사가 되겠다는 데 협조해 주겠다” 등의 제약사와 다이소를 성토하는 글이 속속 올라왔다.
이에 소비자단체들은 약사들의 이 같은 행위가 국민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비난하기 시작했고 이에 공정위까지 약사들의 ‘갑질’ 행위가 있었는지에 대한 조사에 나서게 됐다.
공정거래법 제45조에 따르면 거래상 지위를 이용해 특정 사업자의 사업 활동을 방해하는 행위는 금지된다. 약사회가 조직적으로 제약사를 압박해 특정 유통 채널에서 판매를 제한했다면 이는 공정거래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
특히 공정거래법 제51조는 사업자단체(대한약사회)가 소속 구성원(약사)들에게 불공정거래행위를 강요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번 사태에서 약사회가 소속 약사들에게 특정 제약사의 일반의약품을 반품하라고 독려했다면 이는 명백한 법 위반 행위로 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줄어든 다이소 건강기능식품 진열대 소비자 선택권은?
약국 대비 10분의 1 수준의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에 소비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지만 약사업계의 강력한 반발로 판매 닷새 만에 일양약품은 제품 판매를 중단했다. 다이소에 건기식을 납품하는 제약사는 일양약품과 종근당건강·대웅제약 3곳인데 일양약품이 매장 철수를 결정하면서 건기식 진열대에는 텅텅 빈 곳이 많아졌다.
13일 스카이데일리가 취재차 서울 강남구 한 다이소를 찾았지만 건기식 코너의 진열대가 텅텅 비어 있었다. 건기식 매대를 둘러보던 한씨(47세·여)는 상품을 장바구니에 담지 못한 채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해당 다이소 지점에 입고됐던 건기식 28종 중 11종을 제외한 나머지 상품이 모두 동났기 때문이다.
한씨는 “우리 동네 다이소는 작아서 건기식 코너가 없어 멀리까지 왔는데 구입하려고 했던 제품이 없어서 너무 아쉽다”며 “쏘팔메토 아연이 남성 활력 증진에 좋다고 해서 남편을 위해 구매하려고 했는데 상품도 없고 더 이상 입점이 안 된다고 하니 너무 아쉽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난 것은 대한약사회가 제약사들을 상대로 다이소의 건기식 입점을 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가했기 때문이다.
대한약사회는 “제약사들이 약국에 판매하지 않던 저가 제품을 생활용품점에 입점시키고 마치 그동안 약국이 폭리를 취한 것처럼 홍보했다”며 “유명 제약사가 수십 년간 건기식을 약국에 유통하면서 쌓아 온 신뢰를 악용했다”고 주장하며 제약사들의 건기식 다이소 입점을 반대했다.
이 같은 대한약사회 주장에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건강기능식품 시장에서의 공정거래 ·소비자 선택권에 악영향을 주는 약사회 주장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논란의 중심이 된 건기식은 약 30여 종으로 3000~5000원대의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되었다”며 “이는 성분·함량·원산지에 차이를 두었으며 기존 건기식 제품이 36개월 분량인 것과 달리 1개월분 단위로 판매하면서 가격 부담을 줄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소용량 건기식을 싼 가격에 구매할 수 있어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그러자 특정 직군의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가 해당 매장에서의 건기식 상품 판매를 반대하며 제약사에 대한 보이콧을 예고했다”며 “결국 한 제약사가 건기식 다이소 매대 철수를 발표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는 명백히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부당한 조치이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이어서 “건기식은 의약품이 아닌 만큼 소비자는 자유롭게 구매할 권리를 가진다”며 “정당하지 않은 이유로 합법적인 유통이 제한되는 것은 공정한 시장 질서를 해치고 소비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이다”고 설명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다양한 가격과 품질의 제품이 공존하며 자유롭게 공정한 경쟁을 하는 시장 환경이 소비자와 사업자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고 본다. 시장 질서를 교란하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불공정거래 행위는 강력히 저지해야 한다. 앞으로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소비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공정한 시장 환경을 지키기 위해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대응해 나갈 것이다”고 덧붙였다.
공정위도 사안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현재 사실 관계를 파악하고 있으며 법 위반 혐의가 확인되면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남은 과제… 제약사·소비자·약국의 균형 찾기
현재 대웅제약은 대한약사회와 논의를 예정하고 있었으나 입장 정리를 이유로 면담이 연기된 상태다. 제약사들은 약국과의 관계를 고려하면서도 소비자의 반응을 의식하고 있어 쉽사리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다이소 건기식 사태는 단순한 유통 문제를 넘어 제약사·약국·소비자 간의 관계 설정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더 많은 선택지를 원하지만 약사회는 시장 질서를 유지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소비자의 알 권리와 선택권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이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건기식이라는 게 말그대로 기능식품이다. 전문의약품이 아님에도 약사회가 유통 채널을 가지고 제약사를 압박하는 행위는 소비자의 선택권 침해다”며 “더욱이 식약처가 허락한 제품을 판매하지 못하게 하는 이유를 듣고 싶다”고 강조했다.
한 약업계 관계자는 “경제는 어렵고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고가의 건기식을 구매하기가 부담스러운 국민이 적지 않다는 점을 약사회가 간과한 것 같다”며 “이번 사태를 두고 약사회 내부에서도 대응이 지나치게 감정적이고 즉흥적이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공정위가 이번 사안을 제대로 정리해 주지 않으면 약사회는 앞으로도 계속 비슷한 방식으로 대응하려 할 것이다”며 “공정위가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약사회의 행동에 주의를 주는 형태로 결론이 난다면 약업계는 이를 계기로 더 나은 방향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약사회가 해야 할 일은 제약사를 압박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이 약국에서 건기식을 살 이유를 만드는 것이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약국과 제약사가 건기식 시장에서의 역할을 다시 고민하고 국민 건강에 이로운 소비·관리 방안을 마련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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