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 걷다 보면 누군가의 시선을 느낄 때가 있다. 그것은 카메라 렌즈이거나 출입 기록 시스템일 수도 있다. 눈에 띄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그것은 ‘감시’다. 상점 앞, 지하철 역사, 골목 입구, 아파트 단지 곳곳의 CCTV는 이제 도시 풍경의 일부다. 스마트폰 GPS, 교통카드, 얼굴 인식 출입 시스템, 차량 번호 인식 등 도시는 감시의 그물망 안에 있다.
감시는 ‘안전’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된다. “감시받고 있으니 안전하다”는 말이 이제 상식화 됐다. 하지만 감시 기기가 많다고 범죄율이 반드시 낮아지는 것은 아니다. 여러 도시 연구는 CCTV의 범죄 예방 효과가 제한적이며, 시민의 행동을 위축시키고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사회적 소수자나 특정 계층이 집중 감시될 때 그 공간은 통제의 공간이 된다. 이는 도시의 근본 가치에도 어긋난다.
감시는 도시계획과 건축에도 깊이 스며들고 있다. 최근 신축 아파트나 상업시설은 고도화된 감시 시스템을 ‘프리미엄’으로 내세운다. 단순 CCTV를 넘어 얼굴 인식, 동선 추적, 기록 저장까지 가능하다. 이는 보안장치라는 이름으로 안심을 주지만, 실은 공간을 폐쇄적으로 만든다. 출입이 통제되는 로비, 모니터링되는 복도, 제한된 옥상은 이용자의 범위를 나누고 자유를 제한한다. 공간은 점점 감시 대상자 중심으로 설계되며, 도시의 풍경도 달라진다.
건축은 사람을 위한 공간을 만드는 일이다. 하지만 감시가 도시의 기본 요소처럼 작동하면서, 도시는 사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관리하는’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이는 위험한 변화다. 광장·도서관·공원 등이 감시 장비로 가득하다면 시민은 그곳을 자유롭게 이용하기 어렵다. 대화가 줄고, 우발적인 만남이나 창의적인 활동이 억제된다. 공간은 ‘존재하지만 비어 있는’ 장소로 변한다.
또한 감시는 그 방식과 목적에 대한 사회적 합의 없는 경우가 많다. 감시 장비가 설치될 때, 어떤 데이터를 어떻게 수집하고 누가 관리하는지에 대한 정보가 시민에게 공유되지 않는다. 데이터를 수집하고 관리하는 주체가 공공인지 민간인지도 모호하고, 사적인 정보가 제3자에게 넘어갈 가능성도 존재한다. 시민은 감시받으면서도 그 조건을 알지 못한다.
우리는 감시가 보이지 않는 건축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감시의 구조가 도시를 어떻게 형성하고 있는지, 그것이 과연 사람을 위한 것인지 되물어야 한다. 기술은 결코 중립적이지 않다. 그것이 어떻게 작동하느냐에 따라 도시의 모습도, 시민의 권리도 달라진다. 감시 기술은 결국 철학의 문제이며 정치의 문제다. ‘감시받지 않을 권리’는 인간의 존엄성과 직결된다.
자율성과 창의성은 통제 속에서 자라기 어렵다. 감시가 강화될수록 사람들은 스스로검열하고 행동을 조심하며, 도시는 점점 무표정한 공간이 된다. 도시의 생명력은 자유로운 공간에서 비롯된다. 안전은 중요하지만 그것이 자유와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 감시는 수단이지 목적이 되어선 안 된다.
감시는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이 시민을 위한 것이라면 시민은 그 방식에 대해 알 권리, 동의할 권리, 거부할 권리가 있다. 도시는 시스템이 아니라 다양한 사람이 살아가는 유기체다. 감시라는 시스템이 이 유기체를 어떻게 바꾸는지를 건축가, 도시 설계자, 시민 모두가 고민해야 한다. 자유와 감시 사이의 균형을 찾는 일, 그것이 도시 설계의 중요한 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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