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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호의 맛있는 동네 산책] '혼자 알기 아까워' 사당역과 동대문역 주변 맛집
사당역 8번 출구 ‘해물한소반’‘가마솥 손두부’
종로 창신동 ‘유자네갈비냉면’‘장수갈비’‘창창’
자칫 묻힐 뻔한 식당… 칼럼 콘텐츠 변화 고민
유성호 필진페이지 + 입력 2025-08-14 06:55:00
▲ 유성호 맛칼럼니스트
‘유성호의 맛있는 동네 산책’이라는 제목으로 칼럼을 쓴 지 8년째다. 처음엔 일주일에 한 번 타블로이드 판형 전면을 메웠다. 원고 분량으로 40매 정도다. 이를 위해 식당을 열심히 다니다 보니 체중이 느는 것은 물론이고 스트레스도 많았다. 기자 출신이라 쉬울 것 같지만, 음식 칼럼은 서술과 묘사가 일반 기사와 달라 나름 힘이 들었다.
 
신문의 판형이 대판으로 바뀌면서 하단에 5단 광고를 넣어 원고 매수가 20~30매로 줄었다. 원고 부담이 그만큼 덜어졌다. 게다가 원고 마감시간을 자꾸 늦추고 게으름을 부리니 마감 주기도 매주에서 격주로 숨통을 틔워 줬다. 그래도 게으름은 여전하고 마감에 늘 쫓겼다. 온라인이 아니라 지면을 채워야 했기 때문에 ‘의무’가 됐다. 그래서 일상을 온전하게 누리기 위해 급기야 칼럼을 중단하겠다고 했다.
 
신문 논조가 생각보다 위태롭게 기울어진 것도 결정의 한 축이었다. 때마침 신문사 경영진 교체 시기와 맞물렸고 새 경영진의 설득으로 잔류하기로 했다. 그래서 다시 주저앉아 여름을 나고 있다. 무더위가 적당히 한 풀 꺾였다. 늘 그랬듯이 이번 원고도 판판이 놀다가 마감에 임박해 자판을 두드리고 있다. 현업 기자 시절 어떻게 매일 그 많은 기사를 양산했는지 미스터리다. 그만큼 일이 늦되고 귀찮아지는 걸 보니 나이가 들어 가는가 싶다.
 
나이가 들어 가자 위(胃)는 준다. 위는 우리말로 밥통이다. 밥통이 준다는 것은 식사량이 줄었다는 말이다. 그러다 보니 전처럼 식당 순례가 잦지 않고 끼니 수도 줄었다. 뜨거운 여름이다 보니 밖으로 쏘다니며 외식하는 일도 전 같지 않다. 그래서 이번 칼럼은 그동안 지면에 소개하지 못했지만 사장시키기 아까워 모바일폰 속에 저장해 놓았던 아까운 식당과 메뉴를 소개한다.
 
푸짐한 해물찜과 시원한 탕의 향연
 
▲ 사당역 8번 출구 해물찜과 탕 전문점 ‘해물한소반’의 왕해물찜. 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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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당역 8번 출구 인근 먹자골목에 있는 ‘해물한소반 사당직영점’은 ‘바다향기 가득한 신선한 해물찜’을 대표 메뉴로 앞세운 인기 식당이다. 해물탕도 해물찜 못지않게 인기메뉴다. 술을 마시지 않는 중년 여성들은 해물찜을 선호하고 음주파 남성들은 해물탕을 좋아한다,
 
해물찜은 갑오징어와 낙지 한 마리가 온전하게 토핑처럼 콩나물 위에 얹혀 나온다. 콩나물 속에서 든 다양한 조개와 삼식이가 미각을 돋운다. 찐득하고 뻑뻑한 양념 때문에 퍽퍽하게 느껴질 수 있는 식감을 아삭한 콩나물이 입안에서 보완해 준다. 맛은 갑오징어낙지찜과 큰 차이가 없다. 커다란 양푼에 담긴 해물탕은 보기도 좋고 양도 넉넉하지만 무엇보다 따로 우려낸 달근하고 깊은 맛을 내는 육수가 제대로다. 요즘 같은 날 이열치열하기 좋은 메뉴다.
 
점심 메뉴로 선보이는 대구머리해장국, 수제비동태탕, 낙지지리탕은 1인 식사도 가능하기 때문에 혼자 가도 이 식당의 육수 맛을 접할 수 있다. 해물 비선호자를 위한 감자옹심이메밀칼국수도 판매한다. 역에서 멀지 않아 대중교통 접근성이 좋고 매장이 넓어 단체 회식이 가능하다. 관악산 등산객들이 좋아하는 맛집으로 소문나 있다.
 
청정 동해 바닷물로 만든 두부 사용
 
▲ ‘가마솥손두부’의 대표 메뉴인 보쌈정식. 필자 제공
 
‘해물한소반’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가마솥손두부 사당본점’은 두부 요리 기반의 맛있는 한식당이다. 오랫동안 한 자리에서 부부가 함께 일궈낸 맛을 자랑한다. 보쌈정식이 대표 메뉴인데 2인분부터 주문이 가능하다. 보쌈정식은 보쌈수육·무김치·두부·콩비지·순두부·코다리찜·배추쌈 등이 양념과 함께 제공된다.
 
식사 메뉴로 적극 미는 것은 청국장으로 집안 할머니가 직접 만든다고 한다. 뚝불고기, 산채비빔밥, 바지락순두부, 코다리정식 등 1인 메뉴가 다양해 선택의 폭이 넓다. 여름엔 별미로 콩국수를 겉절이와 열무김치와 함께 제공한다,
 
술 손님을 위한 육전, 녹두빈대떡, 두부구이 등의 메뉴도 있다. 그래선지 이곳 역시 관악산 등산객들의 성지 같은 곳이다. 2층에 넓은 단체석이 여럿 구비돼 있어서 뒤풀이 장소로 인기가 많다. 사당역 인근 식당이 주말에도 대부분 문을 여는 이유는 바로 관악산 등산객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전라도 손맛 맛깔스럽고 푸짐한 백반집
 
 
▲ 창신동 ‘유자네갈비냉면’의 감자탕. 필자 제공
 
필자가 대표로 있는 역사인문공동체 문화지평에서는 문지인문아카데미라는 인문학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까지 22회에 걸쳐 다양한 분야의 강연을 열었다. 최근에는 강연 공간으로 종로구 창신동에 있는 창신책방이라는 독립서점 공간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처음엔 공유공간이었던 곳이 문화지평의 책 쓰기 활동에 힘입어 독립서점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이곳에서 책 쓰기 수업이나 아카데미 강연이 끝나면 주로 가는 곳이 ‘유자네갈비냉면’이라는 식당이다. 남도 섬 출신 식당 주인의 손맛은 푸짐하고 감칠맛 난다. 주로 된장찌개나 김치찌개에 오징어볶음, 제육볶음 등을 주문해 먹었는데, 먹고 싶은 것을 사전에 주문하며 뭐든 해 주는 곳이다. 이름하여 ‘이모카세’가 가능한 곳이다.
 
혼자 영업하는 곳이라 점심엔 밥을 팔고 저녁에 본격적인 이모카세 전문점으로 예약 손님만 받으면 어떨까 싶기도 하다. 그렇지만 동네 사랑방 같은 곳이라 결정이 쉽지 않을 것이다. 손맛이 아까운 상황이다. 이 글을 보고 이모카세 전문점으로의 변신을 한번 고민해 봤으면 한다.
 
맛과 전통 자랑 창신골목시장 터줏대감
 
▲ 창신골목시장의 터줏대감 ‘장수갈비’의 제육볶음과 김치찌개, 각종 반찬. 필자 제공
 
‘장수갈비’는 종로구 전통시장인 창신골목시장 한복판에 있다. 이곳 역시 전라도 손맛을 자랑하는 곳이다. 상호에서 전라도 지명을 쉽게 유추할 수 있다. 동네 주민들이 손님 대부분을 차지하는 ‘현지인 맛집’이다. 영양탕, 흑염소탕 등을 주력으로 했지만 최근엔 옻오리탕, 오리주물럭, 토종닭백숙 등을 앞세운다.
 
전북 장수에서 공수해 오는 삼겹살은 아직 접해 보지 못했지만 기대되는 육색과 육질을 뽐낸다. 여름 복날이면 삼계탕이 인기다. 흔치 않은 조기매운탕 메뉴가 식객의 입맛을 다시게 한다. 청국장, 동태찌개, 김치찌개 등의 메뉴가 탄탄한 밥집 내공을 대변한다.
 
창신책방에서 22번째 문지인문아카데미를 마치고 예약도 없이 12명이 들이닥쳤다. 주말엔 주로 예약 손님만 받기 때문에 달갑지 않았겠지만, 조용한 단체석을 마련해 주는 등 응대가 좋았다. 김치찌개와 제육볶음을 섞어서 주문했다. 두툼한 삼겹살이 뭉텅이로 들어가 있는 김치찌개의 곰삭은 묵은지는 국물 맛을 얼큰하고 시원하게 하는 일등공신이다. 제육볶음은 얇은 다리 살에 맛 좋은 양념의 조화가 좋다.
 
사당역과 동대문역 주변에 있는 식당 몇 곳을 소개했다. 무더위와 게으름을 핑계로 맛집 개발에 소홀했음을 자백한다. ‘위대’했던 청춘이 지나가고 소식을 해야 하는 초로의 입구가 저 멀리 보인다. 언제까지 칼럼을 쓸게 될 지 몰라도 콘셉트를 조금 달리해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콘텐츠 구성에 대해 고민할 때가 왔다. 졸필을 읽어 주시는 독자 여러분을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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