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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양식품이 36년 만에 ‘우지(牛脂·소기름) 라면’을 공식 부활시키며 과거 ‘우지 파동’으로 훼손된 명예 회복을 선언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삼양식품은 3일 서울 남대문 인근에서 신제품 ‘삼양 1963’ 출시 행사를 열고 창업 당시 레시피를 되살린 우지 라면을 새롭게 선보였다. 사건 발생일과 같은 11월3일을 발표일로 선택하며 상징성을 더했다.
신제품 ‘삼양 1963’은 1963년 출시된 국내 최초의 인스턴트 라면 ‘삼양라면’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제품이다. 동물성 우지와 식물성 팜유를 혼합한 ‘골든 블렌드 오일’로 면을 튀겨 고소한 풍미를 살렸으며 사골 육수와 무·대파·청양고추 등을 더해 깊은 국물 맛을 구현했다. 무게는 131g, 가격은 1538원(소비자가 기준)이다.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은 “식족평천(食足平天), 먹는 것이 족하면 천하가 평화롭다는 창업 정신을 다시 세우겠다”며 “우지 파동으로 상처받았던 명예를 되찾는 날이자 진심의 귀환을 선언하는 순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고 전중윤 명예회장의 평생의 한을 풀어드린 것 같아 개인적으로도 뜻깊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1989년 일어난 ‘우지 파동’은 ‘공업용 우지를 사용했다’는 익명의 투서로 촉발됐다. 이로 인해 라면 100만 박스가 폐기되고 1000명 이상의 직원이 회사를 떠났다. 이후 식용 우지를 사용했음이 법적으로 입증됐고 대법원 무죄 판결까지 났지만 기업 이미지와 매출 타격은 회복되지 못했다. 삼양식품은 우지 라면을 단종하고 식물성 팜유를 사용하는 새로운 제조 방식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으로 글로벌 성공을 거두며 재도약했지만 내부적으로는 “언젠가 다시 우지 라면을 부활시키자”는 열망이 남아 있었다. 우지 사건의 상처를 딛고 혁신에 성공한 지금이 복원을 실행할 적기였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삼양식품은 이번 제품을 통해 프리미엄 라면 시장 공략에 나선다. 채혜영 신성장브랜드본부 부문장은 “우지는 팜유보다 두 배 이상 비싸지만 맛의 차별성이 있다"며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한 프리미엄 라면 수요가 확대되고 있어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윤아리 품질안전부문장은 “우지라고 해서 칼로리나 지방 함량이 높은 것은 아니다”라며 “지방 1g당 9kcal로 식물성과 동일하며 콜레스테롤은 계란 노른자보다 낮다”고 설명했다.
김동찬 삼양식품 대표는 “우지 사건은 사실과 다르게 왜곡된 여론에서 비롯된 비극”이라며 “새로운 우지 라면은 과거의 복원이 아니라 정직과 신뢰의 원칙을 미래로 잇겠다는 선언”이라고 강조했다.
김 부회장은 “삼양식품은 불닭으로 한국의 매운맛을 세계에 알렸다면 ‘삼양 1963’은 정직하고 깊은 맛을 세계로 전할 것”이라며 “진심으로 만든 음식은 결국 진심으로 돌아온다는 믿음으로 새로운 100년을 열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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