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북중미 월드컵이 지구촌을 달구고 있다. 한반도가 그려진 풍성한 푸른 드레스에 흰 운동화로 관객을 사로잡은 ‘케이 팝 데몬헌터스’의 주연 가수 이재는 한국어 가사가 들어간 노래로 개막식을 장식했다. 공식 주제가 'DNA'의 메시지는 ‘하나로 연결되는 세계’로서, 그녀는 테너 안드레아 보첼리와 나란히 서서 ‘또 넘어져도 나, 또다시 일어나’ 라는 한국어 가사로 온 지구를 울렸다. 한국문화가 세계 정상임을 확인하는 현장이었다.
그렇다. 우리는 태극기, 무궁화, 애국가를 접할 때 뭉클함을 느낀다. 몇 년 전 자녀 교육차 영국으로 간 후배 부부는 노마드처럼 세계 각국에 체류했는데 사춘기 자녀들이 학교에서 꽤 인기가 좋다고 전해 주었다. 그 비결은 다름아닌 국적이다. 학교 서클 중에는 한국어반도 있는데 한국서 왔다니까 친구들이 달려와 한국어 가르쳐 달라고 한단다.
얼마 전 갑작스러운 지도교수님의 타계 소식을 접하고 일주일간 휘청거렸다. 가슴에 뻐근한 통증이 느껴졌다. 바쁘다는 핑계로 뜨악하게 지낸 것이 후회스러웠다. 정말 살가운 분이었다. 운동을 달고 사셔서 100세는 훌쩍 넘기시리라 생각했다. 아픈 가슴을 부여잡고 ‘스승은 가족이구나. 아버지와 스승은 같은 분이구나’ 실감했다. 내 육신을 준 부모님이나 나의 정신을 세상에 펼쳐준 스승님은 동급의 존재이다. 아, 그래서 ‘군사부일체’라고 하는구나. 새삼 고개를 끄덕였다.
AI가 활약하는 현대사회에서 무슨 고리타분한 이야기인가 할 수도 있지만, 군사부 이 세 존재는 우리 삶에 각인되어 있다. 웬만해선 헤어질 수 없는 존재들이다. 군(君)은 현대적으로는 나라[國]이다. 정치사회학적 비판적 시각이 따라붙을 수 있지만 국가란 인류가 오랫동안 형성하고 영위해 온 전설이며 현실이다. 국가는 개인에게 정체성을 준다. 복잡한 것 빼고 단순화해 보면 그것은 숫자(번호)이다. 주민등록 번호, 여권번호, 면허증 번호 등등이다. 국가가 없어지면 나의 정체성도 사라진다. 그 숫자도 없어진다.
부모는 우리에게 호적과 가족관계증명서를 부여한다. 우리는 결혼을 반복할 수 있다. 하지만 이적(離籍)은 거의 불가능하다. 배우자와 이별은 가능하지만, 부모와의 이별은 환상이다. 어찌 보면 국가와 부모는 운명이다. 옛사람들은 부모 자식 관계를 ‘천륜’이라고 했다. 변경 못 하는 관계라는 뜻인데 이는 국적에도 해당한다. (물론 굳이 하려 들면 할 수는 있지만.)
스승은 어떤가. 벌거숭이로 태어난 나에게 사회와 세상이란 옷을 입혀준 분이다. 우리는 스승을 통해 우주를 느끼고 나를 알고 경쟁과 화합과 고통과 치유를 배웠다. 학교에 좀 오래 머문 사람들은 스승의 존함을 논문에 달고 산다. 학위과정까지 하지 않았어도 모두 스승을 가지고 있다. 유치원에서 만났든 초등학교에서 만났든 대학에서 만났든 문화강좌에서 만났든, 온라인에서 만났든 오프라인에서 만났든, 책에서 만났든 영화에서 만났든 다큐멘터리에서 만났든 모두 스승님이다. 스승과의 관계는 어느 정도의 선택권이 있고 본인의 책임 영역도 있다. 요즘엔 이 영역에 AI가 침투하고 있다. 그래서 이 스승님과 어떻게 교류할지 숱한 고민을 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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