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의 6월17일 ‘평화 양해각서’는 ‘60일 휴전 동안 종전 협상을 한다는 약속’이었다. 그것이 중동 전쟁의 불길을 끌 것으로 믿은 사람은 많지 않다. 우려는 곧 현실이 됐다. 6월27일 이란이 파나마 국적의 유조선 '엠티 키쿠'호공격 후 “양해각서가 인정한 해협 관리권을 행사한 것”이라 주장하자, 미국은 27~28일 이란군의 감시 인프라 및 통신 시스템을 공습했다.
이란은 바레인의 미 해군 제5함대 본부 기지와 쿠웨이트의 알리 알 살렘 공군기지를 반격했다. 지난 2월 미·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장례가 진행된 7월6일 이란이 자신들과 항로를 협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유조선 세 척을 공격한이래 더 큰 규모의 교전이 간헐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렇듯 휴전은 삐걱댔다.
협상이 이어져도 그 끝을 전망하기 어렵다. 각서엔 아전인수 해석이 가능한 모호한 부분들이 도사리고 있다. 제1항에서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의 군사 작전 종료’에 합의했지만, 이스라엘이 준수할지 의문이고, ‘30일 이내 미국의 해상봉쇄 해제와 이란의 해상 통행 단계적 정상화’에 합의한 제4항도 기대난망이다. ‘60일간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부과 중단’과 ‘향후 이란·오만의 해협 관리 및 서비스 체계 마련’에 합의한 제5항은 이란과 오만에 국제수로 통제를 열어준 것이어서, 더 큰 전쟁의 도화선이 될 수도 있다. 제6항도 그렇다. 미국이 ‘이란 재건을 위한 3000억 달러 재원’을 이란의 입맛대로 준다는 보장도 없다. ‘이란의 핵무기 획득·개발 포기’ ‘평화적 농축 등 협상 개시’ ‘IAEA 감독하의 저농축화 검토’ 를 담은 제8조는 ‘구밀복검(口蜜腹劍)’으로 들린다.
극명한 이익 구도 대치도 불변이다. 미국은 이란의 신정체제 종식, 핵능력의 완전 제거, 중동 질서 장악력 제어 등 전략적 목표들을 포기했거나 보류한 상태에서, 호르무즈 해협 완전 개방, 자유로운 석유 유통, 세계 에너지 가격 안정화, 주식시장 활성화, 국내 정치 안정을 위한 조속한 전쟁 종식 등의 과제를 남겨뒀다.
이란은 제재 및 동결자산 해제, 자유로운 석유 수출, 핵 지렛대와 미사일 능력 유지, 동맹 네트워크 및 대리 세력 유지,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 등에 집착하고, 항구적인 국가안보, 신정체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정 등이 미해결 상태다.
이스라엘에는 이란의 핵·미사일 능력 소멸, 헤즈볼라 등 이란 대리 세력 위협의 완전 제거 등 3대 미결 과제가 있다. 이들 중 해협 개방, 핵 및 미사일 능력 제거, 대리 세력 지원 중단 등은 이란이 ‘주권적 권리’를 내세우고, 한번 밀리면 곧바로 망국으로 가는 영토 소국 이스라엘은 3대 핵심 과제에 집착하고 있어, 언제든 ‘60일 휴전’ 합의를 파괴하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다.
한국에게도 호르무즈 자유항행을 통한 원활한 에너지 자원 수급, 한미동맹을 해치지 않는 이란·이스라엘과의 원만한 관계 등 난제가 남아 있다. 신냉전 속에서 중·러·이란과의 결속을 강화하고 핵무력 고도화와 재래전력 첨단화에 나선 북한과의 ‘평화로운 상생’ 도 엄중하다. 한국은 고난도 안보·외교 가 필요하지만, 정치가 난삽한 시절에 그게 가능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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