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 피해 경험을 토대로 의료인 이력 공개제도 도입을 추진하는 국회의원을 ‘사적 복수’와 ‘복수심’으로 매도한 일부 의료계의 비난에 환자단체가 강한 유감을 표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30일 성명을 내고 “피해를 직접 경험한 사람이 같은 피해가 다른 환자에게 반복되지 않도록 법과 제도를 바꾸려는 것은 복수가 아니라 공익을 위한 책임 있는 행동이다”며 의료사고 피해자의 경험과 입법 동기를 겨냥한 인신공격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논란은 전날(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소희 국민의힘 의원 주최로 열린 ‘의료사고 이력, 국민은 알아야 합니다’ 토론회를 전후해 불거졌다.
이 의원은 토론회 개최 배경에 대해 “저는 15살 때 척추측만증 수술을 받다가 의료사고로 하반신 마비가 됐고, 사고가 난 뒤 저를 수술한 의사가 불과 한 달 전에도 다른 수술에서 환자의 동맥을 손상시켰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만약 수술 전에 그 사실을 알았다면 저와 부모님의 선택은 달라졌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부 의료계에서는 이 의원의 의료사고 피해 경험을 법안 추진 동기와 연결해 비판했다.
대한일반과의사회는 성명을 통해 이 의원을 향해 “개인적 경험으로 입법권을 남용하지 말라”며 제도 추진 중단을 요구했다. 이어 법안을 계속 추진할 경우 “사적 복수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환자단체는 일부 의사단체와 의료인들이 이 의원을 향해 “사적 복수를 위해 입법권을 남용한다”, “복수심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는 취지의 비난을 제기한 것은 정당한 정책 비판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환자단체는 “제도의 공개 대상과 기간이 적절한지, 의료인의 개인정보와 직업수행의 자유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 불가항력적인 의료사고와 중대한 의료과실을 어떻게 구분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비판하고 토론할 수 있다”며 “오히려 치열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법안의 내용과 근거를 놓고 반론하는 대신, 의료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피해자의 경험을 ‘복수심’으로 규정하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제도 개선을 추진하는 국회의원의 동기와 인격을 공격하는 것은 정당한 정책 비판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의료인 이력 공개제도가 모든 의료사고나 의료분쟁을 공개하고 의료인을 추가로 처벌하자는 방안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환자단체가 제안한 방안은 의료행위와 관련한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 등 환자가 의료인을 선택할 때 중대하게 고려할 수 있는 객관적인 정보를 국가가 일정 기간 공개하는 방식이다.
제도 도입 초기에는 금고 이상의 실형이나 집행유예가 확정된 경우를 우선적인 공개 대상으로 검토하고 형의 종류에 따라 공개 기간을 달리하되 선고유예는 제외하도록 했다. 판결에서 인정된 의료행위와 과실의 요지를 공개하면서 피해 환자의 신원과 민감한 의료정보는 공개하지 않는 방안도 제시했다.
수련 과정에서 발생한 사건과 전문의가 된 이후의 사건을 구분해 평가하고 의료인에게 이의 제기와 소명 기회를 보장하는 절차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환자단체는 “의료인 이력 공개는 의료인을 추가로 처벌하거나 낙인찍는 제도가 아니라 환자의 알 권리와 의료인 선택권을 보장하는 최소한의 환자 보호장치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 담당 과장이 현행 의료법상 면허취소 규정을 잘못 이해한 상태에서 토론회에 참석해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는 문제점도 함께 지적했다.
환자단체에 따르면 신현두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장은 의료인이 의료행위 중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의사면허가 취소되는 것으로 이해하고 해당 형사처벌 이력을 공개하는 데 반대한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그러나 현행 의료법 제65조 제1항 제1호 단서는 의료행위 중 형법 제268조의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를 면허취소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의료행위 과정에서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더라도 이를 이유로 의사면허가 곧바로 취소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토론 현장에서도 다른 토론자가 이 같은 법률적 오류를 지적했고 좌장이 법률전문가에게 확인한 뒤 업무상과실치사상죄만으로는 의사면허가 취소되지 않는다는 점을 정리했다.
환자단체는 의료사고와 환자 안전·권리 정책을 담당하는 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장이 현행법과 다른 사실관계를 전제로 반대 의견을 제시한 만큼 발언 경위를 확인하고 공식적으로 정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더불어 복지부에 신 과장의 발언이 개인적인 의견인지 의료인 이력 공개제도에 대한 정부의 공식 입장인지 명확히 밝히고 정확한 법률관계를 공식 설명할 것을 요구했다.
환자단체는 의협신문이 신 과장의 반대 발언은 상세히 보도하면서 현장에서 법률 오류가 바로잡힌 과정은 기사에서 누락했다는 문제도 함께 제기했다.
의협신문은 29일 토론회 내용을 보도하면서 신 과장의 발언을 ‘정부도 의료사고 이력 공개는 신중해야’라는 별도 소제목으로 다뤘다. 기사에는 신 과장이 “개인적으로 의료사고 이력 공개에는 반대한다”고 밝힌 내용과 과실범의 신상정보 공개, 필수의료 기피 가능성을 우려한 발언이 담겼다.
반면 해당 발언이 현행 의료법과 다른 전제를 바탕으로 했다는 지적과 토론 현장에서 법률전문가의 확인을 거쳐 오류가 바로잡힌 과정은 기사에 반영되지 않았다.
연합회는 “반대 의견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면, 그 의견의 핵심 전제가 토론 현장에서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된 과정도 함께 보도해야 독자가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며 “특히 의료인의 이력 공개라는 민감한 사안에서 반대 발언은 상세히 전달하고, 그 발언의 법률적 오류가 현장에서 바로잡힌 사실은 누락한 것은 기사의 정확성과 균형성을 훼손한 중대한 문제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일부 의료계를 향해 “의료인의 경험만 정책의 근거가 될 수 있고, 환자의 경험은 감정이나 복수심으로 취급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인신공격을 중단하고 의료인 이력 공개제도의 내용과 쟁점을 중심으로 책임 있게 토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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