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 조정의 충격이 ‘빚투’에 나선 취약 차주의 대출 부실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올해 들어 5대 은행의 마이너스통장과 신용대출 연체액이 대출 잔액보다 훨씬 빠르게 늘어난 가운데 20대 이하 청년층과 60대 이상 고령층의 연체율이 다른 연령대를 크게 웃돌았다. 증권담보대출도 60대 이상이 전체의 60% 이상을 차지해 증시 하락이 이어질 경우 고령 투자자의 반대매매 위험도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9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이종욱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올해 6월 말 개인 신용한도대출(마이너스통장) 연체율은 0.22%로 지난해 말 0.18%보다 0.04%p 상승했다.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같은 기간 39조9000억 원에서 43조3000억 원으로 8.5% 증가했다. 2022년 10월 말 이후 3년 8개월 만에 최대 규모다. 반면 연체액은 711억 원에서 947억 원으로 33.2% 급증해 잔액보다 약 4배 빠른 증가율을 보였다.
일반 신용대출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5대 은행 신용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103조4000억 원에서 올해 6월 말 107조1000억 원으로 3.6% 늘었지만 연체액은 3140억 원에서 3750억 원으로 19.4% 증가했다. 연체율도 0.30%에서 0.35%로 0.05%p 상승했다.
특히 올해 신용대출 증가 배경 가운데 하나로 주식 투자를 위한 대출 수요가 지목됐던 만큼 최근 증시 급락이 대출 건전성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코스피는 6월19일 장중 9385.59로 최고점을 기록한 뒤 지난달 29일 5262.77까지 떨어지며 고점 대비 40% 넘게 하락했다.
20대·60대 연체율 ‘경고등’… 고령층 주식담보대출도 집중
연령별로 보면 청년층과 고령층의 부실 징후가 두드러졌다. 올해 6월 말 60대 이상 차주의 마이너스통장 연체율은 0.37%로 전체 평균 0.22%를 크게 웃돌았다. 20대 이하도 0.33%에 달했다. 반면 30대와 40대는 각각 0.19%, 50대는 0.21%였다.
20대 이하의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지난해 말과 올해 6월 말 모두 1조 원으로 같았지만 연체액은 25억 원에서 33억 원으로 32.0% 늘었다. 60대 이상은 잔액이 4조 원에서 4조5000억 원으로 12.5% 증가하는 동안 연체액은 135억 원에서 166억 원으로 23.0% 뛰었다.
전체 신용대출에서는 격차가 더 컸다. 20대 이하의 연체율이 0.67%로 가장 높았고 60대 이상도 0.59%를 기록해 전체 평균 0.35%를 크게 웃돌았다. 20대 이하 신용대출 연체액은 210억 원에서 240억 원으로, 60대 이상은 540억 원에서 630억 원으로 증가했다.
은행권에서는 상대적으로 소득과 자산이 적은 청년층과 은퇴 이후 정기적인 소득이 줄어든 고령층이 대출을 활용해 위험자산에 투자했다면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과 이자 부담이 동시에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고령층의 위험은 증권담보대출에서도 나타났다. 국내 10개 종합금융투자사업자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SK스퀘어·삼성전자우·삼성전기 등 시가총액 상위 5개 종목을 담보로 내준 증권담보대출 잔액은 올해 5월 말 2조9027억 원 으로 지난해 말보다 24.3% 증가했다. 이 가운데 60대 이상이 1조8283억 원으로 전체의 63.0%를 차지했다. 50대도 5933억원으로 20.4%에 달해 두 연령층을 합치면 83%를 넘어선다.
증권담보대출은 담보 주식 가격이 하락해 담보유지비율을 충족하지 못하면 투자자가 현금이나 추가 주식을 넣어야 한다.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증권사가 주식을 처분하는 반대매매가 발생할 수 있다. 최근 담보로 잡힌 주요 종목의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관련 위험도 커진 상황이다.
한국은행도 올해 6월 공개한 ‘개인 레버리지 주식투자 현황 및 평가’에서 신용융자와 증권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개인 레버리지 투자 규모가 크게 늘었다며 주가 조정 시 반대매매가 주가 변동성을 키울 가능성을 경고했다.
이종욱 의원은 “증시 과열로 쌓인 빚투 청구서가 청년층과 고령층에 먼저 날아들고 있다”며 “빚투가 단순한 투자 손실을 넘어 가계부채 부실로 번질 수 있다는 위험 신호”라고 말했다. 아울러 금융당국에 레버리지 투자와 취약 차주의 건전성을 점검하고 대책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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