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차인은 월세 부담을 없앤 전세로 살면서 전세금을 떼일 위험을 덜고, 임대인은 월세처럼 매달 안정적인 수익을 받을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임대차 사업이 도입된다.
국토교통부는 임차인이 낸 전세금을 공공기관이 보관·운용하고 그 수익을 임대인에게 매달 지급하는 ‘전월세 안심신탁사업’을 추진한다고 20일 밝혔다. 9월 참여자 모집을 시작해 연말 첫 입주를 목표로 사업을 추진한다.
기존 전세계약과 가장 큰 차이는 전세금을 집주인이 직접 보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임대인과 임차인, 전월세 안정화기구가 3자 계약을 맺으면 임차인은 전세금 전액을 안정화기구가 지정한 계좌에 예치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전세금의 예치와 운용, 반환 업무를 맡는다.
HUG는 예치된 전세금을 운용해 발생한 수익을 임대인에게 월세처럼 매달 지급한다. 임대차 계약이 끝나면 전세금은 임차인에게 돌려준다.
임차인 입장에서는 전세금을 집주인이 아닌 공공기관이 관리한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계약 종료 때 전세금 반환도 안정화기구가 책임지는 만큼 전세금 반환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별도의 전세금반환보증이나 전세대출보증에 가입할 필요도 없어 보증료 부담도 덜 수 있다. 국토부는 이 같은 구조를 통해 전세사기 위험을 차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월세보다 주거비도 낮출 수 있다.
국토부는 매매가 3억원, 전세금 2억원인 서울 연립·다세대주택을 예로 제시했다.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74만원인 주택을 안심신탁을 통해 전세로 전환하고 전세금의 80%인 1억6000만원을 대출받으면 월 이자는 약 53만원이다.
같은 집에 월세로 사는 것보다 매달 약 20만원을 아낄 수 있다는 계산이다. 전세 관련 보증에 들던 연간 약 34만원의 보증료도 줄어든다.
집주인 연 4%대 이자 수익…월세 연체·공실 부담 줄어
임대인은 전세금을 직접 받는 대신 안정화기구로부터 전세금 운용수익을 매달 받는다.
안정화기구는 예치된 전세금 등을 활용해 주택공급활성화펀드를 조성하고 HUG 보증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등에 투자해 연 4%대 수익을 낸 뒤 이를 임대인에게 지급할 계획이다.
국토부가 제시한 사례에서는 전세금 2억원을 기준으로 수익률 4.35%를 적용하면 집주인이 매달 약 73만원을 받는다. 기존 월세 74만원과 거의 비슷하지만 세입자의 월세 연체나 공실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게 장점이다.
등록 임대사업자는 임대보증금반환보증 가입 의무가 면제돼 연간 약 30만원의 비용도 줄어든다. 정부는 관련 소득에 대한 세제지원도 추진할 계획이다.
다만 집주인은 기존 전세계약처럼 전세금 2억원을 직접 받아 다른 주택을 사거나 투자하는 데 사용할 수 없다. 국토부도 전세금을 갭투자나 고수익 위험자산에 활용하려는 임대인은 사업 참여 유인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운용 손실 발생시에도 세입자 전세금은 전액 보장
안정화기구가 전세금을 투자했다가 손실을 볼 경우에 대한 안전장치도 마련한다.
정부는 전세금을 HUG 보증부 PF대출 사업장 등에 투자해 원금 손실 가능성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투자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임차인의 전세금은 전액 보장하고 임대인에게 약정한 월 수익도 정상 지급한다는 방침이다.
사업은 소득이나 자산 제한 없이 참여를 희망하는 임대인과 임차인이 신청할 수 있다. 우선 시세 20억원 이하 주택을 대상으로 시행하고 위반건축물 여부와 시세 대비 전세금이 지나치게 높은지 등을 심사한다.
9월 HUG 홈페이지 등을 통해 모집공고를 내고 10월부터 신청을 받는다. 11월부터 HUG·임대인·임차인 간 3자 계약을 체결하고 12월부터 순차적으로 입주와 임대인 수익 지급을 시작할 계획이다. LH 매입임대주택 가운데 500호도 올해 시범사업에 포함된다.
김이탁 국토부 제1차관은 “전월세 안정화기구를 통해 임차인은 전세금 반환 위험을, 임대인은 월세 연체 부담을 내려놓고 임대차계약을 안심하고 맺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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