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결국 일어나더니 아직도 출산 후 하혈 중인 그녀의 성하지 못한 몸을 떠밀었다. 라라는 힘없이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라라는 중심을 잃고 넘어질 때 자기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친정엄마 들을까봐 조용히 말하려고 애쓰던 것이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아무리 조용히 말해도 거실이 따로 없는, 방 두 개짜리 작은 모스크바 아파트였다. 싸우는 소리가 예사로울 리 없었다. 부엌에서 저녁을 준비하던 친정엄마는 손이 젖은 채 방으로 문을 열고 들어서서 그 폭행 사태를 보고는 그만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자네, 대체 뭐하는 짓인가. 내 듣고 싶지는 않았지만 목소리들이 심상치 않아서 문밖에서 듣게 됐네. 내가 이상하다 했더니 결국 그랬었구먼. 저 애가 하는 말 하나도 틀린 말 없는데, 어떻게 여자를 저렇게 때릴 수가 있나. 그것도 애 낳고 며칠 안 돼서 성치 않은 몸 아닌가. 자네 평소에도 이러나. 내가 놀라서 지금 말이 안 나오네. 이런 말도 안 되는 경우는 내가 살다살다 첨 보네.”
준호는 라라의 친정엄마 앞에서도 뭔가 불만에 차서 씩씩거리고 있었다. 하다못해 이런 모습을 보여드려 죄송합니다라는 기본적인 사과의 말조차 하지 않고 볼멘 소리를 하고 있었다.
“그래요, 다 내가 돈이 없어서 그래요. 다 내가 돈이 없어서 그래.”
준호는 식탁을 주먹으로 쾅 내리쳤다.
친정엄마와 라라는 아닌 밤중에 홍두깨 격으로, 느닷없이 이게 무슨 소린가 싶은 표정이 되었다. 왜 여자를, 그것도 아이 나은지 겨우 열흘 된 여자를 폭행하는지 그에게 묻는 중이었다. 그런데 그의 말이 가관이었다.
“우리 엄니는 손주 봤을 때, 사위에게 용돈 오십만 원을 줬어요.”
그런데 장모가 자기에게 아무것도 주지 않는다고 불만이 생긴 거였다. 어이를 상실한 모녀는 기가 막혔다. 다른 사위들은 장모가 산모 조리 도우러 온다면 비행기 왕복표 값 드리고 모셔 올 일이었다. 라라의 친정에서는 그 모든 비용을 직접 들여, 딸과 사위를 돕기 위해 기쁜 마음으로 달려와 주었다.
친정엄마는 마치 뒤통수라도 얻어맞은 표정으로 얼이 나간 채 눈물이 핑 돌았다.
“그래 내가 용돈도 못 줘서 미안하네. 장모가 되어서 그런 것도 못 하니 미안하네. 근데 여기 오는 비용이 얼마나 들었는지 아나? 비행기표 값에, 아이 옷과 물건과 먹을 것, 자네 좋아한다는 것 사느라고 든 돈만 해도 얼만 줄 아나? 내가 그거 자네한테 달라고 한마디라도 했나? 그저 내 딸 사랑하고 잘 데리고 살라고 여기까지 온 거 아닌가. 내가 이런 경우는 살면서 듣도 보도 못했네. 내가 사람을 잘못 봐도 한참 잘못 봤어. 이 애 데리고 한국으로 가고 싶네, 지금 당장이라도. 결혼 아주 잘못 시킨 거 같아 내가 지금 억장이 무너진다고.”
엄마는 결국 울음을 터뜨리며, 아기가 있는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아버렸다.
“엄마가 산후 수발한다고 여기까지 왔는데, 엄마 앞에서 꼭 이렇게밖에 할 수 없었어. 용돈이 어쨌다고? 니가 정상이야 지금? 미친놈. 네가 나한테 하는 건 참았는데, 애 낳고 아직 하혈 중인 여자를 폭행하는 놈 그리고 산후 수발들러 멀리서 온 장모 앞에서 주먹질하며 행패 부리는 놈까지 참지는 못하겠다. 두고 봐.”
그러면서도 라라는 방으로 들어와 엄마를 위로했다.
“엄마, 평소에 저렇지는 않아. 잘해 나한테. 그런데 오늘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 엄마가 좀 이해해 줘.”
“내가 사람 볼 줄 안다. 저 인간 평소에도 손찌검하지? 이게 처음이 아니지? 그 버릇 못 고친다."
엄마의 말이 비수처럼 가슴에 꽂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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