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7000선을 다시 넘보는 상승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이 ‘곱버스’를 사들였다. 얼핏 보면 시장을 거꾸로 읽은 투자다. 하지만 조금 다르게 볼 필요가 있다. 이들의 선택에는 단순한 약세 전망을 넘어 지금의 주식시장을 온전히 믿기 어렵다는 불신이 깔려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8일 한국거래소와 코스콤 CHECK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는 전날부터 이틀간 ‘KODEX 200선물인버스2X’를 1178억 원 어치 순매수했다. 코스피200 일간 수익률의 -2배를 추종하는 대표적인 곱버스 상품이다. ‘KODEX 인버스’도 1146억원 순매수했다.
언뜻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선택이다. 코스피는 전날 4.61% 급등한 데 이어 장중 7171.52까지 올라 7000선을 다시 밟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주의 강세도 상승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렇다면 개인들은 왜 상승장에 하락을 샀을까.
물론 급등에 따른 조정을 예상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보다 근본적인 심리가 작용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 상승이 과연 정상적인가”라는 의문이다.
주가가 기업의 실적이나 경제의 기초체력보다 특정 종목과 테마, 수급에 의해 과도하게 움직인다고 느낄 때 투자자는 상승 자체를 신뢰하지 않는다. 지수가 급등할수록 오히려 ‘언젠가 제자리로 돌아갈 것’이라는 생각이 강해질 수 있다.
특히 개인투자자 입장에서는 시장의 정보와 자금력에서 외국인·기관에 뒤처진다는 상대적 박탈감도 있다. 급등의 열매는 소수의 대형주에 집중되고, 뒤늦게 따라붙은 개인은 고점에서 위험을 떠안을 수 있다는 불안이다. 이때 곱버스는 단순한 투기 상품이 아니라 “나는 이 시장의 상승을 믿지 않겠다”는 일종의 역선택이 된다.
물론 그 판단이 옳다는 뜻은 아니다. 레버리지 인버스 ETF는 하루 수익률의 -2배를 추종하기 때문에 시장이 예상과 달리 움직이면 손실이 빠르게 커질 수 있다. 시장의 방향뿐 아니라 진입 시점과 변동성까지 감당해야 한다.
반대로 반도체 업황에는 분명한 상승 논리가 존재한다. AI 인프라 투자 확대와 메모리 공급 부족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기대가 커지고 있다. 시장이 개인들의 불신을 비웃듯 상승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그러나 이번 곱버스 매수를 단순히 ‘개미들의 오판’으로 규정해서는 안 된다. 시장이 오르는데도 투자자가 시장을 믿지 못한다는 것 자체가 시장에 보내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건전한 시장이라면 가격 상승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어야 하고, 투자자는 그 이유를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 설명하기 어려운 급등, 과도한 쏠림, 정보와 기회의 불균형이 반복된다면 개인들이 시장의 반대편에 서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반응일지도 모른다.
곱버스가 대박이 될지 쪽박이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개인투자자들이 왜 ‘폭락 버튼’을 눌렀느냐다. 개미들이 시장을 거꾸로 본 것이 아니라, 지금의 시장이 너무 낯설고 불공정해 보여 거꾸로 베팅한 것은 아닌지 정부 정책을 돌아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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