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선 가운데 미국 재무부가 장기 국채금리를 낮추기 위해 바이백 규모를 세 배로 확대했지만 시장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유가와 국채금리가 동시에 오르면서 미국 증시 3대 지수(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S&P500지수·나스닥종합지수)도 3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윤원태 SK증권 자산전략부 부서장은 10일 본지에 “이번 주 유가 상승은 미국·이란 전쟁에 예상하지 못한 사우디아라비아와 후티 반군의 분쟁까지 겹치면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된 영향”이라며 “지정학적 리스크는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불확실성이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SK증권 리서치센터도 같은날 미국 증시가 ‘유가 급등·바이백 실망감’으로 사흘째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9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0.77%, S&P500은 0.48%, 나스닥은 0.64% 하락했다. 앞선 4일과 8일에도 3대 지수가 모두 내리며 3거래일 연속 약세를 이어갔다.
중동 리스크 확산…브렌트유 100달러 돌파
국제유가 급등도 증시를 짓눌렀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9일 전 거래일보다 3.25% 오른 배럴당 96.05달러를 기록했고 브렌트유는 100달러를 넘어섰다.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긴장에 사우디아라비아와 후티 반군 간 충돌까지 겹치면서 호르무즈 해협과 홍해를 통한 원유 수송 차질 우려가 커졌다.
아울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이란과의 전쟁이 11월 중간선거 이후에 끝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중간선거 이전 조기 종전에 대한 시장의 기대와 거리를 둔 발언이다.
윤 부서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대로 전쟁이 중간선거 이후까지 이어진다면 고유가는 상당 기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며 “고유가는 물가와 금리에 직접적인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60억달러 바이백도 ‘역부족’…장기금리 4.8%대
국채시장을 진정시키려던 바이백 카드도 힘을 쓰지 못했다. 미 재무부는 10~20년 만기 국채를 최대 60억달러 규모로 다시 사들이기로 했다. 기존 최대 20억달러에서 세 배로 늘렸지만 시장이 기대했던 100억달러 이상에는 미치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Economy Brief ‘미국 금융시장, 소방수가 부재’에서 “60억달러 규모의 바이백은 금융시장에 큰 서프라이즈를 주기에는 미약했다”고 분석했다. 시장이 소규모 양적완화에 버금가는 강한 조치를 기대했던 만큼 장기금리 상승을 억제하기에는 부족했다는 평가다.
실제로 9일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4.8%대까지 올라섰다. 유가가 물가를 자극하는 상황에서 장기금리마저 오르면 주식시장에는 이중 부담이 된다. 반면 유가상승 수혜를 받은 엑슨모빌은 2.2%, 셰브런은 1.9%, 옥시덴털페트롤리엄은 1.1% 올랐다.
반도체 업황 기대는 그나마 증시의 버팀목이다. 박 연구원은 WTI가 100달러를 웃돌고 미국 장기 국채금리가 5%를 넘어설 경우 증시가 다시 조정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이 시장 불안을 방치하기 어려운 만큼 추가 대규모 바이백 등 새로운 대응책을 내놓을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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