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하나증권이 국내 증시에서 메모리·고대역폭메모리(HBM)와 전력기기를 우선적으로 살펴볼 분야로 제시했다. 미중 갈등이 완화해 희토류 공급과 부품 조달이 안정되고 미국의 데이터센터·전력망 투자가 이어지면 관련 기업의 실적 개선 가능성이 커진다는 분석이다.
반면 자동차와 배터리는 희토류 공급 정상화라는 호재와 중국 기업의 미국시장 접근 확대라는 부담을 동시에 안고 있다. 인터넷과 제약·바이오 등 성장주는 미중 관계 개선만으로 곧바로 수혜를 기대하기보다 미국 장기금리와 회사채 가산금리가 함께 안정되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하나증권은 21일 발간한 ‘9월 미중 정상회담: 약속에도 만기가 있다’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24일 미국 워싱턴에서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회담의 주요 의제로 무역휴전 연장과 희토류 공급, 미국산 농산물·항공기 구매, 인공지능(AI) 등을 꼽았다. 그러면서 올해 5월 베이징 회담이 미중 갈등을 관리하면서 양국 간 거래의 윤곽을 잡았다면 이번 회담은 기존 약속의 이행 시점과 유효기간을 구체화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봤다.
시장이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부분은 무역휴전의 연장 여부다. 미국은 중국산 제품에 대한 추가 상호관세 적용을 올해 11월 10일까지 미뤘고, 중국도 일부 희토류 수출통제 조치를 같은 시기까지 유예했다.
하나증권은 무역휴전 연장과 중국의 희토류 수출허가 처리 개선, 공급량 확대를 기본 시나리오로 제시했다. 여기에 중국이 약속한 미국산 농산물과 보잉 항공기 구매를 실제 물량과 일정으로 구체화하는지도 확인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AI도 새로운 협상 의제로 떠올랐다. 양국이 AI 모델의 위험과 악의적 이용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를 논의할 수 있지만 하나증권은 이를 미국의 첨단 AI 반도체 대중국 수출통제 완화와 같은 의미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짚었다. AI 안전 협력과 첨단 기술 통제는 별도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1차 수혜는 메모리·HBM·전력기기… 2차는 인터넷·바이오
그렇다면 국내 증시에서는 어떤 업종을 먼저 봐야 할까.
하나증권이 가장 먼저 제시한 분야는 메모리와 HBM이다. 미중 관계가 안정되고 희토류 수출허가가 정상화하면 반도체 장비와 부품의 납기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희토류 공급 개선이 미국의 첨단 반도체 대중국 수출통제 해제를 뜻하지는 않는다. 하나증권은 반도체 업종 전체를 단순 수혜군으로 보기보다 출하량과 판매가격, 고객 주문, 12개월 선행 이익 추정치가 함께 오르는 기업을 골라야 한다고 조언했다.
두 번째 분야는 전력기기다. 미국이 AI 데이터센터 건설과 전력망 투자를 계속하는 만큼 관련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실적 가시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봤다. 수주잔고를 얼마나 빠르게 매출로 전환하는지, 원가 상승분을 판매가격에 얼마나 반영하는지가 핵심이다.
자동차와 배터리는 상황이 복잡하다. 중국의 희토류 공급이 원활해지면 모터와 부품 조달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반대로 미중 관계 개선으로 중국 기업이 미국시장에 더 쉽게 진입하면 한국 기업의 상대적 경쟁력이 약해질 가능성도 있다. 하나증권이 두 업종의 득실을 함께 살펴야 한다고 본 이유다.
인터넷과 제약·바이오는 ‘2차 수혜군’에 가깝다. 미중 정상회담이 무역 불확실성을 낮추더라도 미국 국채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성장주가 받는 할인율 부담은 이어질 수 있다. 하나증권은 미국 장기금리와 회사채 가산금리가 함께 안정되는지를 확인한 뒤 성장주로 투자 범위를 넓히는 전략을 제시했다.
항공주도 조건을 확인해야 한다. 하나증권은 미중 회담 자체보다 중동 긴장 완화가 국제유가와 보험료, 운송비 하락으로 실제 이어지는지를 먼저 살펴야 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하나증권이 제시한 국내 증시 대응 순서는 비교적 명확하다. 우선 메모리·HBM과 전력기기를 보고, 자동차·배터리는 미중 협상에 따른 득실을 따져봐야 한다. 이후 미국 금리와 크레딧 시장이 안정되면 인터넷·바이오 등 성장주로 범위를 넓히는 방식이다.
정상회담 직후에도 합의문의 표현보다 실제 이행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무역휴전이 얼마나 연장되는지, 중국이 희토류 수출허가를 실제 선적 증가로 연결하는지, 미국산 농산물·항공기 구매 약속을 구체적인 계약과 일정으로 옮기는지를 차례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하나증권은 “시장이 사야 할 것은 합의문이 아니라 실행이며, 실행의 끝에는 이익이 있어야 한다”며 “가장 큰 약속을 받은 업종보다 약속을 가장 빠르게 주문과 이익으로 바꾸는 기업이 이번 회담의 진짜 수혜주”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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