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우순 한국제약협회 보험정책실장.
올 연말 제약업계 송년회에서 가장 유행하는 건배사는 ‘비·행·기’다. 비전을 세우고, 행동에 옮기면, 기적이 이뤄진다의 약자다. 비행기는 2016년 제약산업을 가장 압축적으로 표현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정부와 산업계가 공동으로 ‘세계 7대 제약강국 진입’이라는 비전을 수립하고, 정부는 혁신형 인증제도 시행과 제약산업 글로벌 진출 촉진을 위한 G2G협력 강화를 제약업계는 신약개발을 위한 R&D투자에 전력을 기울이는 행동에 나섰더니, 7조 원 규모의 천문학적 기술수출이 성사되지 않았는가. 물론 한미약품으로서는 기적이 아니라 노력의 결과이자 보상이지만 70년 역사를 돌이켜 제약 산업에 미친 영향을 따져보면 기적 그 이상이다.
제약 산업 발전 걸림돌, 현 보험약가제도
2017년에도 제약 산업계가 비행기를 계속 날리려면, 그리고 제2의 기적을 보다 빨리 앞당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보험약가제도를 개편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는 지난 10월 국회에서 개최한 보건환경포럼에서도 확인됐다. 그렇다면 보험약가제도가 안고 있는 문제점은 무엇일까.
첫째, 애써 개발한 신약이 제값을 못 받고 있다는 점이다. 신약 보험등재구조의 불합리를 프로야구 신인선수의 연봉협상을 예로 들어 설명하자면 이렇다. 2015년 한국프로야구 강타자(4번타자)들의 연봉은 삼성의 김태균(15억원), SK의 최정(10억원), 두산의 김현수(7.5억원) 순이었다.
2015년 시즌에 김태균에 못지않은 성적을 낸 신인선수가 있다 하자. 그러나 이 선수는 김태균 선수의 몸값에 버금가는 연봉을 절대 받을 수 없다. 구단은 김현수는 물론 동일하게 4번 타자 역할을 하는 최정과 김현수도 이 신인선수를 대체할 수 있다고 보고, 이들의 평균 몸값인 10.8억을 신인선수의 몸값으로 보기 때문이다. 대체 가능한 선수 범위에는 타 구단의 4번 타자 모두가 포함되기 때문에 신인선수의 몸값은 더욱 떨어진다. 이 대체가능한 4번 타자 중에는 부상으로 몇 경기밖에 뛰지 못해 신인선수와 비교가 불가능한 선수가 있더라도 제외되지 않는다.
둘째, 비용효과성을 입증한 신약의 가격이 협상과정에서 재차 낮아진다는 점이다. 구단과의 1차 협상과정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능력을 인정받고, 또 대체선수의 평균 몸값을 수용하여 연봉이 비교효과적임을 입증했음에도 별도의 2차 협상을 의무화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 2차 협상과정에서 신인선수의 몸값은 재차 떨어진다.
셋째, 신약 발매 이후 해당 제약기업이 지속적인 R&D투자를 통해 해당 신약의 새로운 적응증을 추가할 때에도 약가가 인하된다. 새로운 적응증 추가로 사용량이 늘어날 개연성이 높다는 추정에 따라 약가를 인하하는 과잉대응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술혁신에 대한 확실한 보상 필요…“신약 가격 저평가 돼선 안 돼”
그렇다면 외국은 어떨까. 일본은 세계 2위의 신약강국답게 신약개발을 장려하는 보험약가제도를 운영한다. 약값에 개발원가를 반영하는가 하면, 동일한 작용기전의 두 번째, 세 번째 신약에 대해서도 첫 번째 신약과 동일한 가격을 부여한다. 여기에다 기술적 획기성, 임상적 유용성, 시장성 가산제도를 통해 가격 인센티브까지 받을 수 있다. 제약강국 독일 역시 신약의 가격을 제약기업이 스스로 결정토록 하고, 보험자는 약가인하 협상이 아닌 환급율 협상을 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독일 신약을 외국에 수출할 때 가격 영향을 덜 받도록 한 조치로 풀이된다.
신약개발을 통해 글로벌진출을 시도하는 단계에 있는 우리 제약산업이 탄력을 받으려면 보험약가제도를 어떻게 고쳐야 할까. 무엇보다 개발원가를 가격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기술혁신에 대한 확실한 보상이 있어야 R&D투자가 활성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앞서 지적한 대체약제 범위를 대폭 축소하여 신약의 가격이 등재과정에서 지나치게 저평가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셋째, 적응증 확대를 위한 R&D투자를 가로막는 ‘사용범위 확대 사전인하제’를 폐지하거나 사용량 연동 약가인하제도와 통합해 운영해야 한다.
애니콜의 성공이 없었다면 삼성전자의 신화도 없었다. 초라한 신약 가격으로 국내에서 성공하지 못한 신약이 세계시장에서 블록버스터로 성장할 수는 없다. 보험약가제도 개편으로 제약산업의 비행기를 높이 날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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