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3년 사이의 커피 전시회는 이전과는 다른 얼굴을 보여 주고 있다. 우선 전시회의 규모가 날로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 해 열린 ‘카페쇼’의 경우 코엑스 전층·전관을 다 사용할 정도로 규모가 컸고 관람객도 어마어마하게 많았다. 40개국의 600개의 업체가 참가했고 관람객은 16만명에 달했다.
관람료도 인상됐고 모든 부스를 하루에 다 관람하지 못하는 관람객들을 위해 다일권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월드 바리스타 챔피온쉽’이라는 세계적인 큰 행사가 열린 영향도 있겠지만 통계적인 부분만 살펴봐도 커피에 대한 관심과 열풍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지난해 커피 전시회를 보고 나서 드는 생각은 ‘우리나라 커피 시장이 이원화되고 있구나’ 하는 것이었다. 커피 업계를 중심으로 하는 업소용 머신·로스터 각종 재료·카페 관련 산업 등은 더 전문적이고 더 다양하게 진화되어가고 있는 느낌이었다. 일반인과 마니아들을 상대로 하는 커피 시장은 또 다른 방향의 전문성을 띤 형태로 구성이 돼 규모면에서나 그 종류와 깊이가 더욱 대중화 돼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어 업소용 머신은 디자인이나 기능적 면에서 일반적으로 알고 있던 머신의 형태에서 벗어나 머신 자체를 눈높이 아래에 둔다든지, 아예 숨겨서 볼 수 없게 만들어 추출구만 드러나게 한다. 최대한 심플하고 기능적으로 만드는 등 획기적인 형태가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아직은 가격대가 조금 고가에 형성돼 있다. 그러나 ‘미니멀’을 추구하는 요즘의 세태와 잘 맞아 떨어지는 워낙 트렌디한 형태의 디자인이기에 점점 그 인기는 높아질 것이라고 쉽게 예측이 가능하다.
또한 이러한 디자인은 무엇보다 머신에 가려 바리스타와 고객이 직접 면 대 면으로 만나 소통하기 힘든 현재의 카페 형태를 뒤집을만한 혁신적인 디자인이다. 때문에 이런 머신을 채택한 바형 카페가 계속 많아질 것이라고 예측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이러한 구성·배치는 머신을 기본으로 하는 에스프레소 계열의 커피를 제조할 뿐 아니라 브루잉 계열의 커피도 함께 만들고 서빙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커피가 제조되는 일련의 과정들을 바리스타와 고객이 함께 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런 형태는 어쩌면 새로운 카페 트렌드를 창조하는 시작이 될 수 있다고도 볼 수 있다.
핸드드립을 포함한 브루잉 커피 뿐 아니라 자동 매뉴얼 드립을 가능하게 하는 브루잉 머신들이 속속 등장해 이러한 변화에 동참하고 있다. 숙련된 바리스타를 필요로 하는 핸드드립은 카페에서 쉽게 커피를 제조하고 서빙하기에는 여러 가지 제약이 따랐다. 이러한 브루잉머신을 이용하게 되면 바리스타의 손을 빌지 않고도 퀄리티 있는 드립커피 제조·서빙 등이 가능해질 수 있다.
브루잉 머신은 모든 과정이 매뉴얼화·디지털화 되고, 그 데이터의 공유도 가능해져 제대로 활용 방법만 익힌다면 최적화된 레시피의 드립 방법을 언제 어디서나 적용할 수 있다. 브루잉 머신을 적절히 활용한다면 인건비와 그에 따른 부대비용을 절약하면서 좋은 품질의 드립 커피를 손님들에게 쉽게 제공할 날도 오게 될 것이다. 물론, 숙련된 바리스타의 솜씨에는 미치지 못하겠지만 말이다.
브루잉 머신 제품의 종류도 점점 많아지고 진화되고 있어 앞으로는 지금 보다 더 성능 좋은 브루잉 머신도 계속 개발될 모양새다. 최근 올 봄의 커피 전시회를 둘러보고 난 후 가장 특징적이라 느낀 경향은 원두에 있어서 싱글 오리진 원두는 가장 안정적인 맛을 추구하는 나라와 종류만으로 더욱 공고한 품질과 판매방식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보이는 것이었다.
상대적으로 블렌딩 원두의 종류와 양적 성장이 두드러지게 보이고 있다. 블렌딩 원두는 기존 싱글 원두의 장단점을 파악해서 여러 종류의 원두를 나름의 일정한 비율로 합쳐 새로운 원두의 맛과 향을 창조해 내는 작업이다. 쉬운 듯 하면서도 매우 어렵고, 원두의 종류와 특징 뿐 아니라 로스팅에 대한 지식, 맛과 향에 대한 상상력, 추출에 관한 특성 등 커피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이 상당히 필요한 분야다.
뿐만 아니라 개성 있고 완성도 있는 블렌딩 원두는 에스프레소 같은 기본적인 커피 추출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상품이다. 때문에 자신만의 블렌딩 원두를 갖는다는 것은 자부심을 느낄 만한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물론 잘 만든 블렌딩 원두는 그 자체로만으로도 상품 가치가 매우 크고, 매출 상승에도 도움을 주는 효자 아이템이다.
머신이나 커피 용품은 새로운 특징이나 아이템 보다는 클래식한 상품과 새로운 상품이 다양하게 공존하면서 각자의 상황이나 선택에 맞게 적용하도록 여러 가지 종류의 제품과 디자인과 기능이 함께 어우러진 모양새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도 커피의 진화는 계속 될 것이고, 새로운 아이템과 그에 따른 새 트렌드 또한 끊임없이 생겨날 것이다. 반대로 한 때 대단한 관심과 유행이다가 어떤 이유에서건 점점 사라져 가는 아이템 또한 있을 것이다. 그것이 무엇이 될 지, 우리들에게 실제로 어떠한 영향을 끼칠지 모르겠지만 그 자체로도 충분히 궁금하고 기대되는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이번 회로 끝으로 커피 이야기의 연재를 마칩니다. 지금까지 부족한 글 읽어 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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