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赤)과 흑(黑)”은 나폴레옹 몰락 이후 주변국의 간섭으로 성립한 프랑스 왕정복고 시대를 배경으로 한 스탕달의 소설이다. 붉은 옷을 걸친 법관 계급과 검은 옷을 걸친 사제 계급이 통치하는 시대라는 의미를 담은 제목이 말해 주듯, 왕정복고 시대란 프랑스 혁명으로 타도된 ‘앙시앙 레짐’(구체제)의 복귀를 의미한다.
공화정은 공동체 구성원들의 공공선(public good) 실현을 목적으로 하는 정치체제다. 종교개혁과 시민혁명을 통해 봉건적 신분 질서의 족쇄에서 해방된 평등한 시민이 인간의 기본권 보장이라는 공공선을 실현하기 위해 스스로 통치한다는 이념으로 고안한 국가가 근대 민주공화국이다. 스스로 통치한다는 것은 시민들로부터 권력을 위임받는 자가 통치한다는 뜻이다.
근대 자유주의 사상가들은 ‘양도할 수 없는 인간의 기본권’이란 인간의 생명·자유·재산의 권리라고 요약했다. 따라서 근대 민주공화국은 인간의 생명·자유·재산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인류가 만든 국가다. 인간의 기본권을 빼앗는 공산 전체주의 체제는 민주공화국에 반역하는 체제로 타도해야 할 대상이다.
내각제와 달리 ‘활기찬 정부’를 갖기 위한 대통령 중심제의 민주공화국은 정부를 입법부·행정부·사법부로 분립하고, 국가기관 간 견제와 균형을 통해 ‘법의 지배’를 실현하여 인간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국가다. 그중 입법부와 행정부는 선거를 통해 시민들로부터 권력 위임을 받았지만, 사법부는 그런 위임을 받지 않았다. 따라서 시민 스스로 통치한다는 민주공화국의 원리를 구현하려면 사법관들은 선출된 국가기관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
법을 제정하고 행정명령을 내리는 적극적인 권한 행사를 해야 하는 다른 기관과 달리 사법부는 제기된 사건에 대해서만 심판하는 소극적 방식으로 그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 그런데 최근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사법관들의 행태를 보면 법관이 사실상 법을 만들고 모든 국가기관 위에 군림하는 듯 권한 행사를 하여, 민주공화국의 헌법 정신에 반역하고 있다. 붉은 옷을 걸친 사법관 계급이 자의적으로 통치하는 나라는 ‘앙시앙 레짐’일 뿐이다.
1. 문재인 정권이 만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고위 공직자 수사라는 기관의 특성상 사법적으로 서울중앙지방법원 관할이다. 그런데 공수처가 관할 서울중앙지법에서 대통령 체포영장이 기각되자 서부지방법원에 청구하여 영장을 발부받았다고 한다. 공수처는 관할기관이 아닌데다 내부 전산망 조회만 해도 같은 영장이 중앙지법에서 기각되었다는 사실을 쉽게 확인할 수 있음에도 서부지법 법관이 영장을 발부한 것은 민주공화국의 헌법 정신에 위배되는 권한 행사라고 본다.
피의자를 구금하기 위해 특정 지역 법원, 특정 판사에게 영장을 발부받는 것이 허용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중 기준의 법 집행이 만연하는 나라가 되어 ‘법의 지배’ 원리는 붕괴되고, 국민은 자력 구제에 매달리게 되어 자칫 내전(civil war)이 벌어질 수도 있다.
대법원장은 이 법관을 즉각 인사 조치하고, 영장 규칙 등 사법부 내부 질서를 헌법 정신에 맞게 엄정히 규율할 책임이 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민주공화국의 국가기관이라는 사법부의 존재 이유가 없어질 것이다.
2. 300명으로 구성된 국가기관인 입법부가 내란죄를 중심으로 행정부 조직의 수반인 대통령을 탄핵 소추했다. 그런데 헌법재판소 심판청구 과정에서 탄핵 소추의 내용이 바뀌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헌재는 더 따져 볼 것 없이 그 심판청구를 즉각 각하 처분해야 한다.
특히 이 과정에서 헌재 사법관이 입법부 대리인에게 내란죄 심판은 시간이 오래 걸리므로 그 부분을 빼는 게 좋겠다고 공모했다는 소문이 들린다. 헌법재판소장은 이 소문의 진위를 확인해 그것이 사실이라면 그 사법관을 즉각 해임하여, 헌법재판소를 헌법 정신에 맞게 규율할 책임이 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헌재는 헌법 수호 기관으로서의 존재 이유가 없어질 것이다.
3. 이 모든 정치적 혼란은 ‘민주화의 성과’라 부르는 1987년 헌법 때문에 벌어졌다. 87년 헌법의 가장 중대한 허점은 입법부에 의해 소송의 1심 격인 탄핵 소추만 되어도 해당 공직자의 권한이 정지되도록 규정한 부분이다. 국가기관 간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저버린 잘못된 헌법을 586 세력 등은 ‘민주화’라고 사기 친 것이다. 이 때문에 선관위에 의해 다수당이라고 발표된 한 정파가 입법부의 이름으로 탄핵 소추를 남발할 수 있고, 지금과 같은 정부 마비 상태를 만든 후 그 정파가 법 집행기관과 사법부를 자의적으로 부릴 수 있는 여지가 생긴 것이다.
헌재는 헌법 침해 상태를 신속히 해소할 책임이 있다. 입법부는 행정부와 사법부를 견제하는 기관이지 통제하는 기관이 아니다. 헌재는 ‘대행의 대행’을 세울 수밖에 없게 만든 한 정파 주도의 전체주의적 탄핵을 즉시 기각 처리해야 한다.
한국의 헌재와 법원이 민주공화국 헌법의 수호 기관인지, 타도돼야 할 ‘앙시앙 레짐’인지 특히 2030 청년층 국민과 세계가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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