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그세스, 對中포위망 구축 순방… 대서양보다 태평양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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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방위비 대폭 증액… 比 "스쿼드에 韓·印 추가해야"
핵심고리인 '한미동맹' 언급 최소화… 전략적 판단

임명신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3-31 17:37:05

▲ 피트 헤그세스(왼쪽) 미국 국방장관이 필리핀에 이어 30일 일본을 찾아 도쿄 총리공관에서 이시바 시게루 총리와 인사하고 있다. 헤그세스 장관의 이번 아시아 순방은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막는 포위망 구축의 의미로 요약된다. AP·연합뉴스

지난 3년 국제정세 변화 중 가장 주목되는 게 미국과 유럽의 균열이다. ‘대서양 동맹’으로 불리며 2차 세계대전 이래 안보·가치 공동체로서 한몸처럼 살아 온 서유럽과 미국 간 관계보다 ‘태평양 동맹’이 강화되고 있다. 기독교문명권에서 상당히 이탈한 모습의 서유럽 주요국 현실에 대해 지난 미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에게 압승을 안긴 유권자들의 우려가 깊어지는 가운데 미국의 세계전략이 ‘중국 봉쇄’로 집중되는 모양새다. 중국이 남중국해를 거쳐 태평양으로 진출하면 미국 주도의 세계질서는 무너진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러시아를 끌어안으며 대서양 동맹이 흔들리는 반면 태평양 지역에선 촘촘한 대(對)중국 포위망이 구축되고 있다. 여기서 미국 측 핵심고리이자 상수인 한국(한미동맹)을 자주 언급하지 않는 게 유리하다. 자명한 사실 앞에서 굳이 중국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이 28일(현지시간) 필리핀 국방장관과 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필리핀·일본·호주·한국 등과 전쟁 예방에 필요한 억제력을 구축할 것”이라고 발언했듯 여럿 중 하나로 지적될 뿐이다.

일본은 미국과 양자 관계뿐 아니라 미·일·필, 오커스(AUKUS·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 등 다자협력 체계를 통해 중국을 견제하려 한다. 2022년 3대 안보문서 개정으로 ‘반격 능력’을 보유함으로써 적 기지 선제 공격이 가능해졌으며 방위비(방위 예산)를 매년 대폭 늘려 왔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2027회계연도(2027년 4월∼2028년 3월) 이후 방위비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2% 초과를 전망하기도 했다. 2022년엔 GDP 1% 수준이었다.

일본은 방위장비이전(移轉) 3원칙을 개정해 자위대가 보유한 지대공 미사일 패트리엇을 미국측에 넘겼으며 자위대와 미군 간 지휘통제 연계를 모색하고 있다. 일본을 방문한 헤그세스 장관이 30일 나카타니 겐 방위상과의 첫 대면 회담에서 일본을 “중국의 군사적 침략 억제에 필수 파트너”로 짚었다. 교도(共同)통신·NHK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헤그세스 장관은 이날 도쿄 방위성에서 열린 양국 국방 수장 회담 모두발언 때 “미국이 대만해협을 포함한 이 지역 내 신뢰할 만한 억지력 재구축을 위해 신속하게 움직이고 있다. 일본 상황도 더 깊이 알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방위비 논의 내용 관련해 나카타니 겐 방위상이 ‘일본 자체의 판단과 책임 아래 진행시키는 게 중요하다’는 입장을 전해 미국 측 이해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헤그세스 또한 “구체적 수치는 이야기하지 않았다”며 “어떤 능력이 필요한지 일본 스스로 잘 판단하리라 믿는다”면서 주일미군의 통합군사령부 설립을 향한 제1단계 개시를 알렸다. 이때 “싸울 수 있는 사령부로의 개편”이라는 해석을 덧붙였다. 주일미군통합군사령부란 일본의 육상·해상·항공 자위대 통합작전사령부 신설에 발맞춰 추진해 온 조직으로 참조 대상이 한미동맹이다. 미·일은 중거리공대공미사일 공동생산 조기 개시와 우주·사이버 분야의 안전보장 협력 확대에도 합의했다.

한편 이시바 총리는 내달 하순 필리핀을 방문해 방위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미·일·필 연계 필요성을 재확인할 예정이다. 2022년 집권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이 미국 구상의 인도·태평양 대중국 포위망 선봉 역할을 자임하고 나선 상태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필리핀 동맹 약화 조짐은 없다. 트럼프가 자국우선주의를 내세우며 모든 동맹을 하찮게 여길 것으로 몰아가는 시각엔 문명사와 미국의 세계전략에 대한 이해 부족 내지 의도적 트럼프 폄하 시도가 엿보인다. 트럼프의 유럽 및 중동 외교도 최종 최대 경쟁자와 대결하기 위한 힘의 비축이라는 대전제에서 바라봐야 한다.

1월 트럼프가 대외원조 자금 지출을 90일간 중지시킨 행정명령에 서명 때 필리핀군 현대화 지원 예산 3억3600만 달러(약 5000억 원)는 예산동결 대상에서 제외한 것만 봐도 동맹무시론이란 근거 없는 주장이다. 헤그세스 장관 역시 일본 방문에 앞서 28일 필리핀을 찾아 바이든정부 때 약속된 필리핀군 현대화를 위한 총 5억 달러(약 7400억 원)에 이어 추가 지원 소식을 전했다. 작년 4월 필리핀에 처음 배치한 미국의 최신중거리미사일 체계 ‘타이폰’ 추가 배치, 대함(對艦)미사일 시스템인 ‘해군·해병대 원정선박차단체계’(NMESIS·네메시스)와 고성능 무인수상함 등 확보도 진행 중이다.

필리핀은 미·일·호·필 4개국의 비공식적 안보협의체 ‘스쿼드’에 한국과 인도 가입까지 제안하며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5개국 정보동맹 ‘파이브 아이즈’와 오커스에 다 속한 호주도 핵심국의 위치가 굳어졌다. 특히 몇 주 전 중국 군함이 호주 주변 바다에 진출해 관련국들을 긴장시켰으나 최근 미국산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 첫 인도분 2대가 호주에 도착했다. 여기에 탑재할 미사일(프리즘)은 올해 내 인도된다. 작년 10월 일본이 오커스 호주 해상합동훈련에 참가해 일각에선 오커스에 일본(Japan)이 추가된 ‘조커스’ 전망도 나왔다. 일본은 호주의 호위함 도입 계획에 대응해 최신예 함정을 호주에 파견하며 안보협력 고리를 확대해가고 있다.

임명신 기자 imms@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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