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9년 벨기에 화학자 파울 얀센이 초강력 진통제 펜타닐(fentanyl)을 합성해 냈다. 학계 공식명인 ‘N-페닐-N-[1-(2-페닐에틸)피페리딘-4-일]프로판아미드’에 들어간 화학물질명의 조합으로 펜타닐이란 약식 통칭이 탄생했다. 심장수술처럼 장시간을 요하는 외과 조치 때 요긴하게 쓰여 ‘수술실의 혁명’으로 칭송받았지만 특허 만료 후 상업성을 노린 제약회사들이 달려들면서 오·남용의 역사도 시작되었다.
특히 남아메리카 마약상과 중국 내 원료 업체들의 연계가 펜타닐에 대한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높였다. 미국 (온라인) 암시장에서 1회분 1달러(1400원)라는 가격에 유통된다. 흐느적거리며 사지를 못 가누는 중독자들의 충격적인 모습 탓에 일명 ‘좀비 마약’으로도 불린다. 더 앞선 별명이 ‘차이나 화이트’인 것은 펜타닐 유도체의 모양새가 차이나 화이트로 불리던 고순도 헤로인과 비슷했기 때문인데 예언적 이름이 아닐 수 없다. 중국은 21세기 펜타닐 원료의 세계 최대 생산 기지가 돼 있다.
몰핀·헤로인·코카인 등 기존 마약류와 다른 차원의 활성을 가진 약물이 펜타닐이다. 헤로인의 30~50배, 몰핀의 50~100배 독성으로 결국 2020년 이후 미국 청년들의 사망 원인 1위에 올랐으며 그 정점이던 2023년 펜타닐은 미국인 7만6000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과 국경을 맞댄 멕시코·캐나다에 ‘펜타닐 관세 25%’를 부과한 것은 이들 국가로부터 유의미한 협조를 이끌어내기 위해서였고, 실제 일정한 효과를 봤다.
반면 최근 미·중 무역협상에선 펜타닐 문제로 공방만 벌인 채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중국은 마음만 먹으면 당장 자국 내 생산 업체들의 수상한 공급처 차단이 가능한 공산당 일당 체제이건만 끝내 모른 척할 태세다. 좀 당해 보라, 그런 심산인가? 중국의 이런 태도는 아편전쟁의 굴욕을 폐부에 아로새긴 ‘억하심정’을 상상하게 만든다. ‘펜타닐 피해는 미국 책임’이라는 게 매번 표명된 중국 정부의 공식 입장이다.
한편 미·중 무역협상에서 중국의 자국 내 여론전이 흥미롭다. 시종일관 미국의 요청에 못 이겨 응해 준다는 태도였고 90일 휴전을 “위대한 승리”로 선전했다. 미국의 펜타닐 관세 20%가 철회되지 않은 점을 함구한 채 미국과 똑같이 115% 낮춘 점만 강조하니 대중관세 10%, 대미관세 30% 상태인 것을 일반인들은 놓치기 쉽다. 그러나 미국은 자본시장 개방 등 굵직한 것을 얻어 내 이 협상의 결과는 사실상 ‘중국의 백기 투항’으로 간주된다. 115% 단계에서 이미 미국산 130개 품목을 ‘조용히’ 면세한 것도 중국이었다.
후원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