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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일본 총리가 21일 저녁 관저에서 첫 기자회견을 열어 향후 국정 운영 전반의 방침과 각오를 밝혔다. 이번 정부를 ‘결단과 전진의 내각’으로 명명하며 “강한 경제를 만들어 외교·안보에서 국익을 지켜내겠다”고 목소리 높였으나, 무엇보다 안보·외교·경제 면에서 ‘국익지키기’를 다짐하며 한·일 관계와 한·미·일 공조의 중차대한 의미와 필요성을 강조해 주목된다.
‘한국에선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는데 한·일관계를 어떻게 생각하느냐’ 질문에 다카이치는 한국을 “일본의 중요한 이웃나라이자 국제사회 여러 과제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파트너”로 규정하면서 “양국 관계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고 답했다. “한국 김을 매우 좋아한다. 한국 화장품 쓰며 한국 드라마도 본다”고 덧붙여 오늘날 일본 사회에 일반화한 한류 현상을 엿보게 하기도 했다.
“역대 정권에 걸쳐 구축된 관계에 기초한 미래지향적 안정적 발전” 노력을 약속하며 한·일 정상회담 희망 의사와 “양국 정부 간 확실한 의사소통 추진” 또한 분명히 했는데, 한·미·일 공조를 역설한 대목이 특히 눈길을 끌었다. “북한 대응 측면에서 한·미·일 3국의 (군사)안보와 경제안보 협력이 필요하다”며 “전략적 관점에서도 이를 확실히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중국’을 직접 거명하지 않았으나 이런 설명 자체가 평소 기조의 재확인이다. “자유로우며 공정한 경제질서 유지·강화의 중요성을 호소할 것” 역시 중국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다카이치는 아울러 “시간을 들여 신뢰 관계를 만들고 일본이 존재감을 발휘해 세계 한복판에서 화려하게 피어나는 외교를 되찾고 싶다”며 국가 위상에 관한 포부를 드러냈다. 이렇게 26일 말레이시아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 참석을 내비치면서 이달 말 열릴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대해 “각국 정상과 만날 귀중한 기회”라고 말해 참석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일 관련해선 “한층 더 높은 단계의 일·미 관계”로 요약된다. 다카이치는 “(미·일동맹이) 일본 외교·안보의 기축”이라며 “양국 간 사안뿐만 아니라 인도·태평양 지역 과제부터 중동 정세, 유럽, 우크라이나에 이르기까지 일본과 미국이 직면한 과제에 솔직한 의견을 교환해 정상 간 신뢰를 심화할 것”이라고 했다.
다카이치는 트럼프가 이번 방일 기회에 재차 거론할 ‘방위비 증액 요구’를 의식하듯 “일본이 방위력을 충실히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며, 방위력 강화 지침이 담긴 3대 안보문서 조기 개정,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의 간판 정책인 방재청 설립 등의 추진도 재천명했다. 이들 과제 모두 다카이치가 “여자 아베”로 불려 온 이유를 뒷받침하며, 트럼프와 아베의 각별했던 친교를 감안할 때 다카이치와의 관계도 순조로울 전망이다.
21일자 요미우리신문이 트럼프가 27일 도착해 28일 다카이치와 회담한 뒤 함께 오찬에 참석할 예정이라며, 트럼프와 다카이치가 만나 미·일동맹 억지력·대처력 향상, 관세합의 이행을 포함한 경제협력 등을 협의할 것이라는 소식을 전한 상태다. 트럼프의 일왕 접견도 조율 중이라고 한다. 집권1기 시절인 2019년 5월 트럼프는 이미 갓 즉위한 나루히토 일왕을 만난 적 있다. 당시 아키히토 일왕이 퇴위하면서 헤이세이(平成)였던 일본 연호가 레이와(令和)로 바뀐 이래 첫 국빈이었다.
트럼프의 일본 세부 일정이 확정된 것은 아니라고 요미우리가 짚긴 했으나, 28일 납북피해자 가족 면담, 가나가와현 요코스카시 미 해군 기지 시찰, 재계 관계자 회동도 검토 중이며 이런 일정을 소화한 후 이튿날 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경주로 출국할 것이라고 알려졌다. 만일 납북피해자 가족 면담이 성사된다면 대단히 획기적인 일이다. 해방 후 북한에 납치된 일본인은 총 17명(일본 정부 확인)되며 이것이 북·일 관계 정상화의 최대 걸림돌로 작용해 왔다.
마이니치신문은 트럼프의 27∼29일 방문 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 등 장관 여러 명이 함께 일본에 온다고 보도하면서, 양자회담 목적의 트럼프 방일이 임기 중 1∼2번일 것이라는 일본 외무성 간부 견해를 인용해 “새 정권 출범 직후의 일본 방문은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또 일본 측이 ‘3대 안보문서 조기 개정’을 통한 방위력 강화 자세를 트럼프에게 적극 내세우려 한다는 점을 중요시했다. 차기 회계연도(2027년 4월∼2028년 3월) 방위비(방위 예산)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2%로 올릴 계획인데 트럼프 행정부에선 GDP의 3.5% 증액을 촉구해 왔다.
한편 이날 국내 정책과 관련해서 다카이치는 ‘확실한 고물가 대책’ ‘가계 부담을 줄일 방안’ 강구와 “경제 최우선 대응”을 약속하며 당장 중의원(하원)을 해산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또 중앙은행 금융정책에 있어선 “일본은행과 정부의 충분한 협력과 의사소통”을 전제하면서도 “일본은행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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