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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후속 조치로 부동산 보유세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여권 내부에서도 온도차가 감지되고 있다. 세수 확충과 ‘똘똘한 한 채’ 집중 현상을 완화하려는 정부의 의도와 달리, 여당은 “지금은 아니다”라며 속도 조절에 나섰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부동산 시장은 혼란과 불안이 커지고 있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15일 대책 발표 이후 부동산 세제 개편 태스크포스(TF)와 연구용역을 본격 가동하기로 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기자간담회에 “우리나라의 보유세는 낮은 것이 분명하다”며 “취득·보유·양도세 전반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구윤철 경제부총리도 “보유 부담은 낮고 양도세 부담이 높아 거래가 막히는 ‘락인(lock-in)’ 효과가 심각하다”며 “보유세 강화와 거래세 완화를 병행하면 시장이 순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공정시장가액비율(현재 60%) 상향이나 공시가격 조정 등 시행령 개정만으로도 실질 세부담을 늘릴 수 있어 세법 개정 없이도 조정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95%까지 올렸던 전례를 감안할 때, 조정 폭에 따라 체감 부담이 급격히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세제 개편 논의에 공식 선을 그었다.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이날 “주택시장 안정화 TF에서 세제 논의는 하지 않는다”며 “보유세 현실화가 필요할 수는 있지만, 시기가 지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정애 정책위의장 역시 “규제가 시장에 충격을 준 만큼 연말까지 지켜봐야 한다”며 세제 논의를 제외한 공급 대책 중심의 TF 운영 방침을 밝혔다.
다만, 진성준 의원은 CBS 라디오에서 “거래세는 낮추고 보유세는 올리는 것이 세제의 기본 원칙”이라며 “서울 중산층의 주거 불안을 해결하려면 세제 개편에 용기가 필요하다”고 반론을 폈다. 이에 서울시장 출마 의사를 밝힌 박주민 의원은 “보유세 강화보다는 공급 부족이 핵심 문제”라며 “금리와 유동성 등 종합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선을 그었다.
야당은 이재명 정부의 세제 개편 움직임을 강하게 비판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이날 “집 가진 죄로 국가에 월세 내야 할 상황”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실패한 규제 정책을 복사해 비극을 되풀이하려 한다”고 공세를 폈다. 국민의힘은 이날 ‘부동산 정책 정상화 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현 정부의 규제정책 철회를 요구했다.
전문가들은 보유세 인상이 주택가격 안정에 직접적 효과를 내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공시가격이 10% 상승하면 주택가격은 평균 1~1.4%, 전세가격은 1~1.3% 오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즉, 세 부담 증가가 오히려 가격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갭투자를 통한 다주택자 보유자는 본지에 “공시가격을 올려 세금을 걷겠다는 건데, 전세값이 그렇게까지 오르진 않을 것이며 현실은 50~60% 선”이라며 “보유세를 올린다는 건 곧 공시가격을 올린다는 말이고, 그건 세금 인상이지 시장 안정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임대인은 세금은 더 내는데 전세값은 법으로 묶여 있으니 남는 게 없다”고 털어놨다.
보유세 강화론은 재정 보강과 부동산 시장 안정이라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적 리스크와 서민층 세 부담 가중이라는 현실적 제약에 부딪히고 있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율과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단계적으로 높이면 1주택자도 세부담이 급증할 수 있다”며 “당정이 조율되지 않은 메시지를 내놓는 것이 시장 혼란을 키운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의 계산과 정책의 속도 차이가 커지는 가운데, ‘보유세 인상’이라는 칼은 아직 꺼내들지도, 완전히 넣지도 못한 채 부동산 시장의 불안을 자극하고 있다.
취재 중 만난 강남 고가 아파트 보유자는 “양도세는 막아놓고 보유세만 올리면 탈출구가 없다”며 “은퇴 앞둔 1주택자에겐 보유세 증가는 강제 매도 압박이고, 실질적으로 재산권 침해”라고 말했다. 그는 “세제는 1~2년 단기 처방이 아니라 백년대계여야 한다. 집값을 세금으로 누르려는 시도는 시장 왜곡만 키울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도 보유세 단독 인상은 시장 왜곡만 초래할 수 있다며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현 부동산 세제 구조를 “순환이 끊긴 시장”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보유세를 올리더라도 양도세가 높으면 결국 집주인은 버틴다. 다주택자든 1주택자든 ‘팔면 손해’라는 인식이 굳어져 있다. 보유세 부담을 피하려면 매물을 내놔야 하는데, 양도세 장벽 때문에 거래가 막힐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특히 “한강벨트 중심의 ‘똘똘한 한 채’ 집중 현상이 이미 서울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며 “보유세 인상만 강조하면 오히려 투기 수요가 수도권 외곽으로 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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