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업계에서는 스타벅스를 필두로 20년 정도 한 시대를 풍미한 에스프레소 기반 머신 커피가 지나가고, 스페셜티 커피를 기반으로 한 ‘브루잉 커피의 시대’가 오고 있다는 견해가 제기되고 있다.
이런 시각에서 볼 때 미국의 커피 브랜드 블루보틀은 미국을 넘어 세계적으로 커피의 패러다임을 바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블루보틀은 지난 2002년 캘리포니아주에서 설립된 회사다. 보통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작은 가게로 시작했으나, 이 회사의 커피 맛에 반한 사람들이 줄을 서면서 화제가 됐다. 커피 마니아들 사이에서 ‘커피계의 애플’로 불릴 정도로 엄청난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나름 큰 규모의 기업으로 발전했다.
블루보틀은 기존에 커피의 중심이었던 에스프레소를 뒤로 하고, 조금 느리게 만드는 브루잉 커피(일명 핸드 드립 커피)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는 빠르게 만들어 테이크 아웃을 위주로 하던 미국 커피사회에서 대단한 발상의 전환이며, 반전의 패러다임이라 할 수 있다.
미국에 이어 일본에도 지점을 오픈했는데 핸드드립 커피의 종주국이라 할 수 있는 일본에서도 그 열풍은 이어졌다. 최근 블루보틀은 세계 최대의 음료회사인 스위스 네슬레에 인수됨으로써 더욱 화제를 낳았고 이는 동시에 커피 마니아들에게 적잖은 충격을 안겼다. 소비자들은 좋아하던 동네 카페가 대기업 브랜드 커피회사에 팔린 것 같은 그런 기분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미국 스페셜티커피협회의 통계에 따르면 최근 18~34세 젊은 세대의 커피 선택성향이 점차 테이크아웃 위주의 에스프레소 음료에서 카페에서 마시는 커피로 변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 소비가 20%에 달하고 있다. 스페셜티커피의 바람과 블루보틀의 열풍은 같은 선상에 놓고 생각해 볼 수 있는 사안이다.
네슬레와 같은 대기업이 블루보틀을 선택한 것도 이런 이유에 따른 것이 분명하다. 세계 커피의 흐름과 결코 무관하지 않을 것이며, 블루보틀을 선택하는 소비자들의 심리를 파악하고 내린 결과일 것이라 생각한다.
한때 스타벅스가 그랬듯이 소비자들이 바라는 새로운 커피, 자부심 있는 커피 품질과 맛, 또 그보다 더 중요한 새로운 트렌드와 문화현상이 그곳에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요즘 미국과 유럽의 카페들은 점점 에스프레소 머신은 매장에서 조금 뒤쪽으로 이동 시키고 있다. 브루잉 바(핸드드립과 같은 형태의 커피를 바리스타가 커피 기구를 가지고 직접 만들면서 고객과 눈을 마주치며 응대하는 바)를 전면에 내세운 카페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것이 비단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만이 아니라는 것은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최근 커피 관련 세미나들에서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에도 같은 흐름이 나올 것을 당연시하고 있는 느낌이다. 물론 예측은 예측일 뿐이지만, 최근 급등하는 스페셜티 커피시장을 보면 과한 추측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스페셜티 커피가 그 특징을 살리고 소비자들에게 파고들기 위해서는 드립 추출 위주의 브루잉 커피를 지향하는 것이 맞다. 그러기 위해서는 스페셜티 생두의 수입과 원두 로스팅 기술, 바리스타의 수준 높은 커피 추출, 합리적인 가격 등의 요소를 고루 갖춰야 한다. 품질 좋은 커피를 찾는 커피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켜 수요를 끌어내 시장에 자리잡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이런 일련의 과정을 거쳐 스페셜티 위주의 브루잉 커피를 필두로 하는 새로운 트랜드가 생길 것으로 보여진다.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이미 일본과 우리나라는 이런 트렌드가 나오기 훨씬 이전부터 자가 로스팅과 핸드드립이라는 커피 제조 방법을 통해 훌륭한 브루잉커피를 판매하고 있던 카페가 많았다.
따라서 이런 트렌드는 미국 시장 열풍에 기대지 않고 자체적으로 생산 가능한 문화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든다. 초창기 홍대나 북촌 등지에 있던 훌륭한 핸드드립, 브루잉 카페들이 머신 위주의 브랜드 카페들에 밀려 하나 둘씩 설 자리를 잃고 사라진 것이 커피 마니아의 한 사람으로서 늘 속상했다.
커피 일을 하고 있는 지금 생각해도 참으로 안타깝다. 물론 최근 트렌드에 따라 다시 좋은 카페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뭔가 유행을 타는 느낌이라 마음 한 구석이 석연치 않기도 하다.
일례로 브랜드 커피 회사에서 최근 드립과 브루잉커피를 위주로 하는 스페셜티 매장을 오픈해서 따로 운영하고 있는데, 이 매장들은 유독 강남을 위주로 프리미엄커피 매장의 이미지를 만들어 가고 있다.
좋은 커피를 많이 만나고, 가까이서 즐길 수 있는 그런 카페가 많아졌으면 하는 점에서는 이런 트렌드가 무척 반갑지만, 이것이 그냥 유행에 치중한 열풍이나 보여주기 식의 비싼 커피를 소비하는 경향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커피를 좋아하는 모든 사람들이 정말 맛있고, 품질이 좋으며 제대로 된 방법으로 만들어진 커피를 부담 없이 순수하게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 커피를 만들고 가르치는 한 사람으로 작은 책임감에 어깨가 무거워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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