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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 당시 스물한 살의 나이로 전사한 국군 제7사단 고(故) 김문권 하사(현 계급 상병)가 72년 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국유단)은 지난해 11월 강원 철원군 원남면 주파리 일대에서 발굴한 유해의 신원을 김 하사로 확인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번이 올해 들어 열세 번째 신원 확인이며, 2000년 유해발굴사업이 시작된 이후 261번째 호국영웅의 귀환이다.
김문권 하사의 유해는 한 제보자의 신고와 국유단 조사팀의 집요한 탐문 끝에 세상 밖으로 나왔다. 지난해 10월, 유해 발굴 경험이 있던 한 대대장의 제보로 국유단 조사팀이 철원 주파리 현장을 탐사해 20여 일간 발굴을 진행했고, 그 과정에서 18구의 유해를 수습했다. 그중 한 구가 김 하사였다.
결정적인 단서는 2010년, 세상을 떠난 동생 고 김인곤 씨의 유전자 시료였다. 김 씨는 “형의 유해라도 찾고 싶다”며 보건소를 찾아 DNA를 제공했으나, 2016년 본인은 세상을 떠나 형제의 상봉은 생전에 이루어지지 못했다.
국유단 관계자는 “동생의 시료가 없었다면 신원 확인이 어려웠을 것”이라며 “유가족의 마지막 희망이 현실이 된 사례”라고 설명했다.
“뱃속의 아들을 두고 전장으로 간 스물한 살의 청년”
고 김문권 하사는 1932년 전남 광산군(현 광주광역시 광산구)에서 5남매 중 둘째로 태어났다. 스무 살에 결혼한 그는 1953년 3월 입대해 국군 제7사단 3연대에 배속됐고, 적근산·삼현지구 전투(1953년 7월15~23일)에 참전했다.
정전협정을 이틀 앞둔 1953년 7월 25일, 치열한 고지전 속에서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국군 7·11사단은 당시 중공군 4개 사단의 공격을 격퇴하고 전선을 안정시켰으며, 김 하사는 전공을 인정받아 1954년 화랑무공훈장을 추서받았다.
그의 아내 고 전봉금 씨는 스무 살의 나이에 남편을 잃고 뱃속의 아들을 홀로 길렀다. 그 아들 고 김종주 씨 역시 이미 세상을 떠났고, 현재는 며느리 방금임 씨(71세)와 손자 김규남 씨(44세)가 가계를 잇고 있다. 방 씨는 “시어머니께서 늘 남편의 유해를 찾아 함께 묻히고 싶어 하셨는데, 이제야 그 소원이 이루어졌다”고 말했다.
이날 광주 서구 유가족 자택에서 열린 ‘호국의 영웅 귀환’ 행사에는 고인의 친조카 김대중 씨(54세)가 대표로 참석했다. 그는 “아버지께서 늘 ‘형의 유해를 꼭 찾아 국립묘지에 안장하자’고 말씀하셨다”며 “국가가 잊지 않고 끝내 찾아준 것에 감사하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조해학 단장 직무대리(육군 중령)는 이날 유해발굴 경위와 참전 과정을 설명하고, 신원확인 통지서·호국영웅 귀환패·유품이 담긴 ‘호국의 얼 함(函)’을 유가족에게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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