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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아주반(아세안·중남미) 소속 여야 의원들이 22일 캄보디아 프놈펜 주재 한국대사관에서 국정감사를 열고, 잇따르는 한국인 대상 스캠(사기)·납치·살해 사건에 대한 정부의 미흡한 대응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날 감사는 주캄보디아대사관을 비롯해 주베트남·주태국·주라오스 대사관 등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김석기 외통위원장을 비롯해 국민의힘 송언석·김기웅·인요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윤후덕·홍기원 의원, 조국혁신당 김준형 의원 등이 참석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의원은 최근 캄보디아에서 한국인들이 민간 자경단 ‘천마’의 도움으로 탈출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대사관의 부실 대응을 질타했다.
송 의원이 “최근 우리 국민이 캄보디아 현지에서 ‘천마’라는 민간 자경단 도움으로 탈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느냐”고 묻자, 김현수 주캄보디아 대사대리와 남석현 경찰영사는 잠시 머뭇거리다 “들어본 적 없다”고 답했다.
이 답변에 송 의원은 즉각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한국인들이 대사관이 아닌 민간 자경단에 의존해 목숨을 구하고 있는데, 정작 현지 공관이 그런 단체의 존재조차 모른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이건 외교 실패이자 직무유기”라고 질타했다. 이어 “국민이 위험에 처했을 때 ‘근무시간이 끝났다’, ‘신분증을 가져와라’, ‘위치를 알아야 조치를 취한다’는 말만 반복하니 민간이 대신 나서는 것”이라며 “이런 식으로 국민 안전을 방치한다면 대사관이 존재할 이유가 없다”고 쏘아붙였다.
현장에 있던 다른 의원들도 “캄보디아 국민들이 아니라 우리 국민을 보호하라고 세운 공관이 기본 정보조차 모른다”며 김 대사대리와 영사에게 연이어 질책을 쏟아냈다.
같은 당 김기웅 의원은 지난 8월 발생한 한국인 대학생 고문·살해 사건을 거론하며 정부의 외교적 대응 부재를 문제 삼았다. 그는 “한국인 대학생이 피살됐는데도 대통령, 총리, 외교부 장관, 외교2차관 중 누구도 캄보디아 정부에 직접 협조 요청을 하지 않았다”며 “사망한 지 두 달 반이 지나서야 시신이 국내로 들어왔다. 고위급 외교라인이 사실상 작동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또한 “구타 흔적이 보고됐음에도 외교부 본부는 ‘심각하게 보고받지 않았다’고 증언했다”며 “대사관이 사안의 중대성을 축소 보고한 것 아니냐”고 따졌다. 이에 김현수 대사대리는 “사망사건으로 당연히 심각하게 보고했다”며 “구타 흔적 역시 전문에 포함됐다”고 해명했다.
김석기 외통위원장은 “이토록 심각한 사건이 터졌는데도 대사 자리가 공석인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인사 공백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1급 대사가 맡아야 할 외교 교섭을 4급 대사대리가 수행하는 구조 자체가 비정상”이라며 “캄보디아 정부 고위 인사들과의 접촉력에서도 차이가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윤후덕 의원은 인력 부족과 과중한 업무 현실을 언급하며 “대사관 직원이 12명뿐이고, 최근 업무 과중으로 행정직원 두 명이 퇴사했다”며 “매달 30~70건의 사건이 발생하는데 이 인력으로는 사실상 대응이 불가능하다”고 우려했다.
홍기원 의원은 “2023년 신고된 납치·감금·실종 사건이 20여 건, 올해는 220여 건에 달했지만, 대사관이 이를 분류조차 하지 않았다”며 “이런 기본 데이터가 없으니 본부 보고와 현장 조치가 엉망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질타했다.
이에 남석현 경찰영사는 “유형별 구분이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라고 답했다가, “그렇기 때문에 현장 파악이 안 된다”는 홍 의원의 재차 비판을 받았다. 민주당 김영배 의원은 “대사관이 사안을 안이하게 보고하면 본부나 대통령실도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한다”며 “현장 인풋이 없으면 잘못된 지시든 올바른 지시든 내려올 수가 없다”고 꼬집었다.
또 최근 대사관 문전박대 논란과 관련해 “청년이 대사관에 도움을 요청했는데, 만약 그를 쫓던 조직원이 있었다면 어떻게 됐겠나. 최소한 피신시켜야 했다”고 질타했다.
여야 의원들은 공통적으로 “이번 사태는 단순한 영사 사건이 아니라 국민 생명과 직결된 국가안보 사안”이라며, 외교부와 대사관이 구조적으로 재정비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기웅 의원은 “한국인이 해외에서 살해되고 납치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는데, 외교 라인이 여전히 ‘서류 행정’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윤후덕 의원은 “국민을 보호하지 못한 책임이 정부 전체에 있다”며 “외교적 대응 체계를 전면 재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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