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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法)은 칼과 같다. 국민을 지키느냐 권력을 지키느냐에 따라, 정의의 칼이 되기도 하고 폭정의 칼이 되기도 한다.
역사는 언제나 ‘법’의 선택에 따라 그 운명이 결정돼 왔다. 우리 현대사만 봐도 ‘군부독재’가 그랬고, ‘5·18’이 그랬다. 쿠데타 세력은 독재를 위해 법적 정당성 획득을 획책했고, 법관들은 절제되지 않은 정치적 욕망으로 이에 호응했다.
1980년 신군부에 머리를 조아린 사법부는 결국 역사에 의해 단죄됐고, ‘독재타도’를 ‘좌파책동’으로 낙인 찍은 법의 궤변은 국민 저항의 파고를 넘지 못했다.
2025년, 또 다른 형태의 폭정의 칼이 ‘내란세력 복귀’라는 춤을 추고 있다. 대한민국 헌정사의 명운을 가를 내란 재판 선고의 날이 다가올수록 폭정의 칼춤은 더욱 난폭해지고 있다. 역사의 심판장으로 향하는 길목마다 드리워진 칼춤의 긴장감은 마치 ‘민주주의 종말’을 경고하듯 섬뜩하다.
윤석열 내란 획책의 진실을 왜곡하려는 ‘조희대 사법부’의 민낯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른바 사법부의 ‘윤석열 구하기’ 프로젝트가 올해 초부터 가동됐다는 의혹이 짙어지면서, 그동안 갸우뚱했던 수수께끼가 하나 둘 풀리기 시작했다.
왜 이정재·정재욱·박정호 부장판사 등 이른바 ‘수원지법 3인방’이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 재판을 담당하는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재판부에 전진 배치됐는지, 이들에 의해 윤 전 대통령 체포영장이 기각되고, 한덕수 전 국무총리, 박성재 전 법무부장관 등 내란의 핵심 공범들에 대한 구속영장이 왜 맥없이 기각됐는지, 흩어졌던 조각들이 하나 둘 맞춰지고 있다.
내란 재판의 방패막이를 세우기 위한 치밀한 사전 포석, ‘위법성 인식’이라는 신박한 법적 잣대의 등장은 ‘조희대 사법부’가 윤석열 내란 재판 결과를 미리 설계하고 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더욱 키우고 있다.
이들 두고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내란 관련자들의 영장을 기각, 인용하는 영장전담재판부의 인사는 곧 ‘내란 종식’에 대한 사법부의 진의를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지점”이라며 “최근 한덕수-박성재 영장 기각이 이어지며, 영장전담 재판부에 대한 국민적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고 했다.
내란 재판 재판장인 지귀연 부장판사의 건재는 권력화된 법의 칼날이 지금 이 시각에도 시퍼렇게 살아있음을 보여준다. 윤 전 대통령의 석방을 가능케 했던 ‘시간 단위 계산’이라는 그의 법리 기교를 복기하면 더욱 그렇다.
윤석열 내란 세력의 복귀를 획책한 ‘사법부’의 민낯은 지난 5월 한 차례 드러난 바 있다. 이른바 ‘대선 개입’ 의혹이다.
강력한 대선 후보인 당시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자, 대법원은 유죄 취지의 파기환송을 결정했다. 대법원 소부에 배당된 지 고작 9일만, 이 대통령이 후보로 선출된 지 4일만이었다.
‘이재명 없는 대선' ‘민주당 후보 없는 대선’을 낳을 뻔한 아찔한 정치 개입 행태였다.
현직 부장판사가 조 대법원장을 향해 “특정 사건에 한 해 이례적이고 신속한 절차를 진행한 선별적 정의는 과연 정의인가, 그 선별의 기준은 무엇인가”라고 지적할 정도다.
최근 일부 대법관들이 당시 해외 출장을 다녀온 것으로 확인되면서 조희대 사법부의 사법쿠데타 의혹도 그 껍질을 벗으며 진실에 근접해 가고 있다.
‘조희대 사법부’가 내란 재판 개입을 넘어 12·3비상계엄에 동조하려 한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든 윤석열 내란 행위에 직접 선수 뛰려 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지난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그날(2025년 12월3일) 법원도 긴급회의를 열었다. 법원은 왜 긴급회의를 열었나’라는 서영교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당연히 계엄이 만약 합헌적이고 합법적이었다면 저희들이 계엄에 따라야 할 조치가 있다”고 답했다. 또한 “사법부의 작동이 정지되기 때문에 저희들로서는 굉장히 시급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불법 계엄’을 인지한 시민들이 온몸으로 장갑차를 막아서고, 민주당이 계엄 저지를 위해 국회 담벼락을 넘고 있던 그 시각, 대법원은 계엄이 합법이라는 가정하에 후속 조치를 논의했다는 것이다.
특히 조 대법원장은 계엄 다음날 비상계엄 선포의 위헌, 위법성이 속속 확인되고 있는데도 “어떤 절차를 거쳤는지 지켜봐야겠다”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은 계엄 선포 담화문에서 야당이 입법 독재를 하고 있다며 “내란을 획책하는 명백한 반국가행위”라고 규정하고, 이들을 척결하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는데도 말이다.
내년 1월 윤 전 대통령 내란 재판 1심 선고가 예상되는 가운데 ‘조희대 사법부’의 ‘윤석열 구하기’ 프로젝트는 현재도 착착 진행 중이다. 민주당은 지금 조 대법원장의 사퇴 압박만 고집할 때가 아니다. 조희대 한 명 바꾼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제2, 제3의 ‘조희대 사법부’가 그 자리를 채울 뿐이다.
내란영장전담법관을 포함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를 서둘러야 한다. 지혜로운 장수는 성(城)을 지키기 위해 성벽을 높이고 해자를 깊게 판다. 적의 강력한 공성 무기를 무력화하기 위한 방어 체계다. 적(敵)의 불의한 행위를 비난하며 한가하게 소리만 지르고 있을 시간이 없다.
권력의 칼을 들고 난입하는 법비(法匪)들을 막아낼 ‘방화벽’을 쌓아야 한다. 내란전담재판부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명운을 법비(法匪)들로부터 지켜낼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조희대 사법부에도 엄중한 법적·정치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정의의 칼이 아닌, 권력의 칼을 들고 역사의 심판을 농단하려 한 죄다.
법(法)이 권력을 지키기 위해 폭정의 칼을 휘두르는 순간, 심판이 기다리고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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