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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비인간, 상실과 생존, 구원과 돌봄의 윤리를 꾸준히 탐구해 온 작가 천선란이 연작소설 ‘아무도 오지 않는 곳에서’를 출간했다.
그가 오랫동안 사랑해 온 ‘좀비 아포칼립스’라는 무대 위에서 그 정서와 감각을 가장 극단까지 밀어붙인 작품들이다.
천선란은 이번 연작에서 좀비를 단순한 공포의 상징이 아니라 인간 존재의 가장 깊은 고독을 비추는 거울로 삼으며 ‘너를 살리는 방식으로 내가 사는 윤리’(정우주)를 펼쳐 보여준다.
세 편의 이야기는 각각 다른 시공간에서 좀비 아포칼립스와 마주한다. 1부는 감염과 붕괴의 초입에서 시작된 재앙이 이주 우주선으로 번지며 무엇을 살리고 죽일지에 대한 선택의 순간을 그린다.
2부는 지구를 탈출하지 못한 사람들이 서로를 돌보며 어떤 마음으로 살아야 생존을 넘어 삶을 이어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3부는 인류가 사라진 지구에서 인간도 좀비도 아닌 존재들이 멸망 이후까지 사랑을 기억하고 지속하는 모습을 그린다.
세 편 모두 ‘사랑하는 이를 끝내 놓지 못하는 마음’과 ‘너를 살리는 방식으로 내가 살겠다는 마음’으로 단단히 이어져 있다.
사랑하는 이를 끝내 놓지 못하고, 서로를 잊지 않으려는 사람들, 죽음과 상실을 끌어안은 채 살아가는 사람들, 그들의 손끝에 남은 온기가 천선란의 세계를 이룬다.
책은 소설가 백온유가 “어째서 이토록 좀비는 지독하게 인간인가”라고 평한 것처럼 ‘좀비’라는 존재를 통해 인간이 끝내 버리지 못하는 감정의 형태를 섬세하게 포착하는 동시에 삶과 죽음, 인간과 좀비, 폐허와 낙원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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