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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시중은행과 국책은행이 지난 10년간 부실기업 회생을 위해 28조 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했지만, 절반 이상이 경영 정상화에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조조정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근본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1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올해 8월 말까지 주요 10개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SC제일·씨티·산업·IBK기업·수출입은행)이 진행한 326개 기업 구조조정 중 성공은 121건(37.1%), 실패는 157건(48.2%)이었다. 나머지 48건은 현재 진행 중이다. 진행 중인 사례를 제외하면 실패율은 56%에 달했다.
은행권이 투입한 구조조정 자금은 총 28조1299억 원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8월 말 기준 회수금은 11조5589억 원(회수율 41.1%)에 불과했다. 특히 전체 지원금의 87.9%를 담당한 국책은행의 회수율은 산업은행 36.1%, 기업은행 34.0%로 시중은행보다 낮았다. 전문가들은 “회생 가능성이 낮은 기업에 대한 평가가 낙관적으로 이뤄지며 동일한 실패가 반복되고 있다”고 비판이 나온다.
구조조정에 걸린 평균 기간은 성공기업 기준 58개월(약 5년)에 달했다. 가장 오래 걸린 사례는 NH농협은행으로, 169개월(약 14년)이 소요됐다. 현재 농협은행에서는 182개월 이상 진행 중인 기업도 있어 ‘최장기 구조조정’ 불명예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규모별로는 대기업의 구조조정 성공률이 76.7%로 상대적으로 높았지만, 중소기업은 39.5%만이 회생에 성공해 구조적 격차가 드러났다. 248개 중소기업 가운데 150곳이 회생에 실패했다.
금융권은 정부의 산업구조 개편 정책과 연계한 ‘선제적 구조조정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석유화학업계의 자율 구조조정이 늦어지면서 금융권의 지원 규모도 확정되지 못한 상황이다.
추경호 의원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현행 구조조정 제도가 실효적으로 작동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며 “부실기업을 무한정 연명시키는 관행에서 벗어나, 선제적 산업 재편과 책임 있는 자금지원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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