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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두부 업계가 ‘콩 대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정부가 두부 제조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재지정해 대기업 진입을 막은 가운데, 정작 수입 콩 물량을 줄이면서 영세 중소업체들이 원료 확보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일부 지역은 다음 달부터 공장 가동 중단 사태가 현실화될 전망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수입 콩 물량은 약 27만t으로, 지난해보다 1만6000t(약 5.6%) 줄어든 수준이다. 정부가 국산 콩 소비를 유도하기 위해 수입 콩 저율관세할당(TRQ) 물량을 감축한 결과다. 그러나 국내 두부의 80% 이상이 수입 콩으로 생산돼 업계는 “정책이 현실과 동떨어졌다”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강원 지역 40여 개 두부 제조사가 다음 달 초부터 공장 가동을 중단할 위기에 놓였고, 광주·전남 지역 80여 곳 역시 원료 고갈로 생산 차질이 예상된다. 두유 업계 역시 11월부터 원료가 바닥날 것으로 보인다. 강릉초당두부 관계자는 “43년째 두부를 만들었지만 원료 부족으로 공장을 멈추는 건 처음”이라며 “정부의 공급 정책 실패로 피해가 현실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산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지난달 18일 수입 콩 9290t에 대한 공매를 진행했으나, 낙찰가가 t당 평균 60만 원을 넘어 전년 대비 70% 이상 급등했다. 업계 관계자는 “공급이 줄어드니 업체들이 웃돈을 써내는 과열 경쟁이 벌어졌다”며 “정부가 수입권 공매 방식을 유지하면서 오히려 혼란을 키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수급 불안은 공급 구조의 한계 때문이다. 정부는 aT를 통해 수입 콩을 직배(직접 배분)하거나, 공매로 민간 기업이 수입권을 구매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직배 물량이 한정적이고, 공매 물량은 운송·통관 절차를 거치느라 실제 투입까지 2~3개월 이상 소요된다. 이에 따라 공매 낙찰을 받은 기업조차 연내 콩을 확보하기 어렵다.
업계는 “콩을 확보하지 못한 업체는 한 달도 버티기 힘든 상황”이라며 “정부의 늑장 대응 탓에 두부 품귀와 가격 급등이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에 따르면 두부는 지난 7월 기준 생활필수품 39개 품목 중 두 번째로 높은 가격 상승률(1.2%)을 기록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뒤늦게 추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업계의 애로사항을 해소하기 위해 연내 추가 수입 물량 공급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국산 콩으로의 원료 전환을 유도하기 위해 비축콩을 수매가 대비 33% 할인된 가격으로 공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는 국산 콩의 높은 단가와 한정된 생산량을 고려할 때 실효성이 낮다고 지적한다. 중소업체 대부분이 저가 수입 콩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산 콩은 수입산보다 3~5배 비싸 두부 단가 상승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산 콩 사용 확대는 취지는 좋지만 현실적으로 대체가 불가능하다”며 “정부가 생산만 늘리고 소비·가공 정책은 뒤따르지 않아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이번 사태가 단기적 공급 차질이 아닌 구조적 문제라고 진단한다. 정부가 국산 콩 자급률 제고만 강조한 채, 수입 관리 시스템의 유연성을 잃으면서 현장의 혼란을 자초했다는 것이다.
식품협회 관계자는 “국산 콩 보호도 중요하지만, 중소 두부업체의 생존이 달린 문제”라며 “수요 예측에 기반한 탄력적 수입 물량 조정과 단계적 완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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