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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방한한 베트남 국방부 차관이 한국 국방부 소속 여성 공무원을 성추행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가해자인 베트남 차관은 사건 직후 귀국했고, 국방부는 8일 뒤 주한 베트남 국방무관을 초치해 항의했다. 그러나 대응이 늦었다는 지적과 함께 외교적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22일 국방부와 군 관계자들에 따르면 호앙 쑤안 찌엔(Hoàng Xuân Chiến) 베트남 국방차관은 지난달 11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국제 안보행사 ‘서울안보대화(Seoul Defense Dialogue·SDD)’ 폐막 만찬에 참석했다. 이날 만찬은 한국과 베트남 양국 군 고위직 인사들이 함께한 공식 자리였으며, 식사 후 환담 과정에서 호앙 차관이 우리 국방부 여성 공무원에게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현장에 있던 한국 측 인사가 즉시 문제를 제기하고 사과를 요구했지만, 호앙 차관은 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다음날인 12일 베트남으로 출국해 사실상 조사가 불가능한 상태가 됐다.
국방부는 사안을 “외교적 결례이자 성비위에 해당하는 중대한 사건”으로 판단하고, 내부 대책 회의를 거쳐 지난달 19일 주한 베트남 국방무관을 초치해 공식 항의했다. 국방부는 이 자리에서 “차관의 행위를 강력히 규탄하며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고, 베트남 측은 유감 표명과 함께 재발 방지를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사건 발생 후 8일이나 지나 항의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늑장 대응’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특히 국방부가 베트남 측 일정에 맞춰 항의 일정을 조율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외교적 단호함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방부는 “즉시 초치 의사를 전달했지만, 주한 베트남 무관이 지방 출장 중이어서 일정 조율에 시간이 걸렸다”고 해명했다. 이경호 국방부 공보과장은 “무관 측의 일정 때문에 시일이 다소 소요된 것”이라며 “사안의 엄중함을 인식하고 필요한 조치를 적절히 취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피해자의 신상 보호를 이유로 사건의 구체적인 경위와 세부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국방부 관계자는 “피해자의 의사를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있다”며 “향후 유사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국제행사 관리 체계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안보대화는 국방부가 매년 주최하는 고위급 다자 안보 포럼으로, 올해는 68개국과 국제기구 관계자 등 약 1000명이 참석했다. 이번 사건은 행사 종료 이후 발생한 외교적 불상사로, 한국 정부의 대응과 베트남 정부의 후속 조치가 향후 양국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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