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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공원 한가운데, 붉은 벽돌의 오래된 건물이 70년 세월을 버티고 서 있다. 한때 ‘귀신 잡는 해병’의 심장이었던 구 해병대 사령부 본관이다. 그러나 이 건물은 1973년 사령부 해체 이후 50년 넘게 방치돼 왔다.
23일 국회 국방위원회 김병기 의원(더불어민주당·동작갑)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 용산구 용산공원 내 구 해병대 사령부는 2017년 이후 8년째 아무런 활용 없이 공실 상태로 남아 있다.
이 건물은 1955년 건립된 용산 지역 최초의 군 사령부 건물로, 한국전쟁 직후 해병대 재건과 함께 탄생했다.
전쟁의 폐허 위에서 나라를 다시 세운 ‘해병대 정신’이 서린 공간이지만, 지금은 담장 속에 묶인 채 잡초와 먼지만 쌓이고 있다.
김병기 의원은 “해병대 본관은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무대이자 해병대 정신의 상징”이라며 “국민과 함께하는 ‘살아 있는 유산’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방부도 활용 의지 보였지만…용산공원 계획서 제외
“리틀록 군역사박물관처럼, 국민 품으로 돌아와야”
국방부 역시 해당 건물의 역사적·사회문화적 가치를 인정하고 있다. 지난해 ‘해병대 역사관’으로의 활용을 국토교통부에 공식 건의했으나, 2024년 확정된 용산공원 4차 종합기본계획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국방부가 역사관 조성 의지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행정조정 과정에서 계획이 누락된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며 “문화체육관광부, 국토교통부, 서울시 등이 협력해 복합문화공간화 방안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미국 아칸소주 리틀록의 ‘군역사박물관(Military History Museum)’을 예로 들며 “전시·체험·교육이 어우러진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하면 시민과 함께 숨 쉬는 공간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또한 “전시 콘텐츠 구성, 리모델링, 시민참여 프로그램 개발에는 상당한 예산이 필요하므로, 문체부와 기재부의 예산 협력 및 국방부의 행정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해병대는 조속히 실행 로드맵을 수립하고 관계 기관과 적극적으로 협의에 나서야 한다”며 “용산공원은 단순한 녹지가 아니라 대한민국 현대사의 기억이 응축된 장소이며, 해병대 본관은 그 중심에서 국민과 만나는 ‘살아 있는 유산’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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