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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연구원의 이직이 최근 3년 동안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직 규모는 매년 확대되고 있으나 충원 속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국가 연구개발(R&D) 인력 기반에 구조적 공백이 발생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23일 신성범 국민의힘 의원(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이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NST 산하 23개 출연연의 연구원 이직자는 2023년 143명, 2024년 166명으로 집계됐다. 올해 6월 기준으로만 이미 85명이 기관을 떠났다. 연도별 이직 규모는 증가 추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같은 기간 충원은 이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이직은 고연봉 기관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경우 2023년 14명, 2024년 16명, 2025년 6월 기준 10명이 이직했다. KIST 정규 연구직 평균 연봉은 9696만원으로 출연연 평균(8014만원)보다 1600만원가량 높지만 인력 이탈을 막지는 못했다. 이직자의 79.1%는 대학으로 10.4%는 기업으로 이동했다.
이직 증가 요인은 제도와 처우 격차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는 정년, 연봉, 지리적 요인, 근무 유연성을 주요 원인으로 제시했다. ETRI 정년은 1999년 이후 61세로 유지되고 있다. 국내 대학은 65세, 미국 대학은 정년이 없다. 박사 학위 소지자의 초임 연봉은 대기업의 60~70% 수준이다. 연구원 1인당 평균 급여도 시가총액 상위 10대 기업의 75% 수준에 불과하다.
출연연은 국가 전략 기술 연구와 장기 과제 수행을 담당하는 핵심 기관이다. 인력 이탈이 누적되면 연구 연속성이 약화할 가능성이 높다. 숙련 연구 인력은 단기간에 대체가 어렵고 핵심 기술 연구의 중단이나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정 분야의 인력 공백은 장기 과제 수행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회는 이 문제를 주요 국정감사 의제로 다뤘다. 여당은 인력 이탈이 국가 기술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정년 연장과 처우 개선 필요성을 언급했다. 야당은 이직 증가가 수년 전부터 예견된 구조적 문제라고 지적하며 정부의 대응 지연 책임을 제기했다. 국회 내에서는 이 사안을 개별 기관 인사 문제가 아닌 과학기술 정책 과제로 인식해야 한다는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국회에서는 연구직 정년 연장, 급여 체계 조정, 근무 유연성 확대 등 제도 개선 방향이 논의되고 있다. 정부도 과학기술 인력 확보 전략의 일환으로 출연연 처우 개선안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예산 조정과 법·제도 개편이 수반돼야 하므로 단기 해결은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성범 의원은 “출연연 인력 이탈은 국가 연구개발 역량과 직결되는 사안”이라며 “정년과 급여, 근무 여건에 대한 구체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출연연 연구원 이직 문제는 기관 단위의 인사 관리 문제를 넘어 국가 과학기술 경쟁력과 직접 연결된 정책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인력 이탈 속도가 제도 개선 논의 속도를 앞지르고 있어 대응 시기와 방향이 향후 국가 연구개발 체계의 안정성을 결정할 주요 변수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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