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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의 전투함정 현장에 심각한 ‘하사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 숙련된 부사관 인력은 단기간에 양성될 수 없는 만큼, 전문가들은 지금의 인력난이 방치될 경우 향후 3~5년 내 잠수함·구축함의 전력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가 나온다. 곧 대한민국 해양안보의 ‘기초 체력’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23일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이 해군본부로부터 제출받은 ‘주요 함정별 간부 보직률 현황’ 자료에 따르면, 해군 주요 전투함정의 하사 보직률이 5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부 잠수함은 하사 보직률이 ‘0%’, 즉 단 한 명의 하사도 배치되지 않은 상태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올해 9월 기준, 장보고급 잠수함인 박위함과 이종무함의 하사 보직률은 0%, 도산안창호급인 안창호함 역시 34%에 그쳤다. 하사가 맡아야 할 각종 운항·정비·전탐(戰探) 업무를 상사들이 대신 수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상사 보직률은 박위함 216%, 이종무함 228%, 안창호함 137%로, 인력 공백을 상급 부사관들이 과중하게 메우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해군의 주력 전투함인 구축함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대조영함 28.6%, 율곡이이함 39.1%, 광개토함 53.5% 등으로 절반 이하의 하사만 근무 중이다. 서해 NLL(북방한계선) 방어와 고속 기동 임무를 담당하는 유도탄고속함 역시 현시학함·김수현함 35.7%, 임병래함 50% 수준에 머물렀다. 상륙함은 천자봉함·천왕봉함 22.2%, 마라도함 43.9%로, 해상작전 병력의 절반 이상이 공석 상태다.
하사는 해군의 ‘실질적 전투요원’으로 불린다. 조타, 무장, 사통, 전탐 등 함정의 핵심 기능을 담당하는 부사관 직군이다. 그러나 1직군 부사관 평균 보직률도 광개토함 69.4%, 동해함 65%, 대청함 65.9% 수준으로 낮아, 함정당 부사관 10명 중 3명가량이 비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인력 공백은 작전 효율 저하와 전투력 약화로 직결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규 하사 선발률 ‘반토막’…역대 최저 43%
해군의 인력난은 단순한 배치 문제를 넘어 신규 인력 확보 자체가 어려운 구조적 위기로 번지고 있다. 최근 5년간 신임 하사 선발률은 △2020년 89.7% △2021년 88.9% △2022년 86.5% △2023년 62.4% △2024년 54.7%로 꾸준히 하락세를 이어왔다. 특히 올해 9월 기준 43.3%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 목표 대비 절반에도 못 미치는 충원율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장시간 항해, 제한된 생활공간, 극심한 스트레스 등 함정 근무의 열악한 근무환경이 신규 하사의 기피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한다.
유용원 의원은 “하사의 공백을 상사들이 대신하고 있지만, 이 역시 장기적으로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며 “하사가 근무를 기피하지 않도록 승선 인센티브 제도 신설, 복지 향상 등 획기적 처우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또 “신규 간부 확보의 어려움은 전군이 겪는 구조적 문제”라며, “해군의 자체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국방부와 정부 차원의 범정부적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한때 ‘정예 해군’의 중추로 불리던 하사 인력이 급속히 줄면서, 한국 해군의 현장 전투력 유지에 빨간불이 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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