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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청)가 발표한 청년층(15~29세) 고용률 45.1%는 대한민국의 암울한 현주소를 보여준다.
청년고용률 17개월 연속 하락이라는 기록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16년 만에 가장 긴 내리막 길이다. 전체 고용률(63.7%)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청년층에게만 일자리 충격이 집중되고 있다.
청년 고용 한파가 유독 매서운 이유는 젊은 세대가 진입하던 핵심 일자리의 붕괴에 있다. 고용 창출 효과가 높고 고용안정과 임금수준이 좋은 제조업 취업자는 미국발 관세전쟁 등으로 15개월 연속 감소했고, 건설업 취업자 역시 17개월째 줄들고 있는 상황이다. 청년들이 경력을 쌓고 안정적인 출발을 할 수 있었던 '질 좋은 일자리'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
기업들 역시 경력직 위주의 채용 기조를 고수하면서 청년들의 진입 장벽은 더욱 높아졌다. 저성장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청년 일자리 위기가 장기화될 가능성은 짙어지고 있다. 경제 체질의 개선 없이 청년 고용률 회복이 쉽지 않은 국면이다.
일자리 충격은 청년 개개인의 삶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 올 상반기 일도 구직활동도 하지 않는 '쉬었음' 인구는 40만 명을 넘어섰다. 2월 50만명을 넘어서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으나 여전히 취업을 단념한 청년들이 사회적 사각지대로 밀려나고 있다는 증거다. 이들의 경제적 자립도는 극히 낮은 수준이다.
지난 6월 기준 20대 가계대출 연체율은 전 연령대 중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학자금과 생활비 빚에 허덕이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모든 지표는 경제적 어려움이 청년에 집중되고 있음을 제시하고 있다.
학자금 대출 문제 역시 청년 경제난의 단면을 여실히 보여준다.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취업 이후에도 청년들이 상환을 유예한 학자금 대출 금액은 2024년 242억 원으로, 2020년의 110억 원보다 2.2배 급증했다.
상환유예 대상자 역시 같은 기간 7962명에서 1만4527명으로 늘었다. 상환유예 사유 대부분은 취업 지연 또는 일자리 불안정이다. 실직·폐업·육아휴직 등으로 인한 상환유예자는 2020년 6871명에서 2024년 1만2158명으로 증가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상환의무가 발생한 뒤에도 상환하지 못하는 청년들이다. 미상환(체납) 인원은 2020년 3만6000명에서 2024년 5만4000명으로, 체납액은 427억 원에서 740억 원으로 1.7배 증가했다. 교육 기회의 평등을 위해 만들어진 학자금 대출 제도가 사회인이 된 이후에는 청년 불평등의 상징이 되고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구조적 난맥상은 최근 캄보디아에서 범죄에 연루된 한국 청년들의 사건과 무관하지 않다.
빚 탕감과 고수익이라는 달콤한 미끼에 속아 국경을 넘어 범죄의 덫에 빠진 청년들의 현실은 국내에서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극심한 좌절감이 낳은 비극이다. 불법을 알고도 '한탕주의'에 빠진 범죄 행위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 사회가 그들에게 희망을 줄 최소한의 발판조차 제공하지 못했다는 뼈아픈 반성이 선행되어야 한다.
캄보디아 사태는 단순한 일탈일 수 없고 청년 문제가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공동체 전체의 문제가 되었음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청년 고용 절벽이 지속되면 미래의 인구 감소와 국가 성장 동력의 붕괴로 이어져 우리 사회의 미래는 어두워질 수밖에 없다. 청년 고용 위기는 곧 국가 위기다.
정부와 기업은 청년 일자리를 한 개라도 더 만드는 일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단기적인 인턴십 프로그램이 아니라, 경력직 선호 현상을 완화하고 신규 채용을 늘릴 수 있도록 청년 고용 기업에 대한 획기적인 세제 및 재정 지원을 검토해야 한다. 특히 제조업과 첨단 산업 분야에서 청년 인재를 육성하고 배치할 수 있는 중장기 로드맵이 필요하다.
구직을 단념한 '쉬었음' 인구에 대한 맞춤형 지원도 강화해야 한다. 심리 상담, 직업 훈련과 연계된 생활 안정 지원을 제공하여 사회 진입의 의지를 북돋아 주는 것이 중요하다. 단기적 현금 지원보다는 실질적인 재교육 기회 제공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학자금 대출과 생활비 부채로 고통받는 청년들에게는 상환 유예, 저금리 전환 등 실질적인 구제책을 신속하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 건강한 경제 주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빚의 늪에서 벗어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국가의 당연한 책무다. 고용·교육·복지 정책이 함께 가야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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