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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이 북한의 극초음속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하라”며 강력히 비판하고 나섰다. 주한미군이 직접 성명을 내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규탄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반면 우리 군은 관례적으로 내오던 규탄성명을 생략해 한미 간 대응 온도차가 도마 위에 올랐다.
주한미군은 23일 서면 입장문을 통해 “미국은 북한의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하게 비판한다”며 “북한에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이 다수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장거리 미사일 능력을 끊임없이 추구하고 있다”며 “우리는 대한민국과 긴밀히 협의하며 양국 본토 방위를 위한 대비태세 유지에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주한미군은 또 “한미동맹에 대한 미국의 공약은 철통같다(ironclad)”며 “준비태세를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전날 평양시 력포구역에서 함경북도 어랑군 궤상봉 등판까지 극초음속비행체 두 발을 시험 발사했다고 보도했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22일 오전 8시10분쯤 황해북도 중화 일대에서 동북 방향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여러 발을 발사했으며 약 350㎞ 비행했다고 평가했다. 북한이 주장한 사거리 430㎞와 차이가 있어 군의 탐지 정확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북한이 공개한 ‘화성-11마’는 러시아의 이스칸데르를 모방한 KN-23 계열 미사일로, 비행 궤적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어 요격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극초음속미사일은 마하5(시속 6120㎞) 이상의 속도로 비행하며 변칙 활공과 측면 기동으로 요격이 어렵다.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공군 국정감사에서 “한미 정보자산이 미사일 종말단계 탐지를 놓친 것 아니냐”고 지적했으나, 손석락 공군참모총장은 “인정할 수 없다”며 “한미일 정보공유를 통한 정밀 분석이 진행 중”이라고 답했다.
논란은 주한미군의 성명 방식에서도 번졌다. 주한미군은 ‘불법적 행위’ ‘안보리 결의 위반’ 등 강한 표현으로 북한을 비판했지만, 합참은 언론에 문자 공지를 보내 북한의 발사 사실을 알리면서도 별도의 규탄문을 내지 않았다. 군 관계자는 “공지는 군의 조치 사항 중심으로 작성됐을 뿐, 대응 기조 자체가 바뀐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지만, 일각에서는 이재명 정부가 남북 대화 모멘텀을 의식해 수위를 조절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의 이번 도발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방한을 일주일 앞두고 이뤄졌다. 워싱턴 외교가는 이를 “미국의 동북아 군사력 과시 시점에 맞춘 계산된 시위”로 본다. 한미 정상회담 의제에 북핵 문제가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북한이 긴장 수위를 높여 협상력을 확보하려는 포석이란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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