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을 회생시키기 위한 정책적 뒷받침이 시급히 마련돼야겠다. 무한 경쟁의 글로벌시대에 경쟁력을 갖춘 중소기업 육성이야말로 한국 경제의 활로를 여는 기반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전체 기업 숫자의 99%가 중소기업이다. 얼추 300만개 정도의 중소기업이 있다. 중소기업의 근로자 수는 전체 근로자의 88% 정도다. 나머지 12%는 대기업 근로자 수이다. 그래서 중소기업을 ‘9988’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중소기업이 경영을 통해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는 무엇보다 기술력에 따라 좌우된다.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돼 성패가 결정되지만 사실 중소기업 성공의 핵심은 기술력이다. 기술이 없는 중소기업은 결국 어려움을 겪다 문을 닫게 된다.
사리가 이러함에도 현실은 어둡다. 중소기업이 지니고 있는 기술 탈취 사건을 적발하거나 이첩한 실적이 사실상 전무해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올해까지 공정위가 특허청·중소벤처기업부·경찰청 등과 주고받은 기술 탈취 관련 사건 이첩 건수는 0건이었다.
공정위는 중소기업 기술 유출 대응 강화를 위해 2014년 12월 경찰청·중기청(현 중기부)·특허청과 정보 교류 및 협조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고, 2023년 10월에는 특허청과 유사한 내용의 협약을 다시 맺었다. 협약에는 연 2회 정기 회의를 열어 실무 논의를 이어가도록 규정돼 있지만, 실제 정기 회의는 10년간 8차례에 그쳤다. 사실상 정부가 중소기업 기술 유출 문제를 방치한 셈이다.공정위가 자체적으로 조사할 수 있는 하도급법 위반 적발 건수도 미미했다. 2021년부터 올해까지 5년간 공정위가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자료 요구나 유용 행위를 적발해 시정명령을 내린 사례는 29건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중소벤처기업부가 집계한 기술 침해 사건은 2023년 한 해만 274건, 피해 규모는 5442억 원으로 추산됐다. 이 가운데 대기업이 부당하게 기술자료를 요구하거나 유용한 사례가 21건으로 추정되는 점을 고려하면, 공정위의 조사 실적은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중소기업이든 대기업이든 기술은 성공의 원천이고 성공하려면 반드시 경쟁력 있는 기술을 보유해야 한다. 기업은 성공을 위해 기술개발에 사활을 걸고 스타트업에서부터 대기업까지 모두가 기술개발에 주력하는 것이다. 그러나 중소기업이 성공의 지름길은 기술개발이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쉽게 뛰어들지 못하는 것은 기술개발 과정의 함정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중 가장 큰 문제가 애써 기술개발을 완성했는데 덩치 큰 기업에 뺏기는 경우다.
기술 탈취 문제다. 그러나 긴긴 법정 다툼에서 결국 빈 껍데기만 남는 것이 중소기업의 사정이다. 이를 잘 아는 중소기업은 기술개발이 성공의 지름길임을 알면서도 기술개발에 쉽게 나서지 못한다. 한 번 소송에 휘말리면 긴긴 법정 다툼을 통해 설사 이기더라도(승소) 승리의 축배보다는 엄청난 소송비용으로 빚더미에 앉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니 중소기업에 소송은 지옥으로 가는 열차를 타는 것이라는 자조가 나오는 이유다.
공정위가 기술 탈취를 막기 위해 이미 10년 전부터 관계 부처와 업무협약을 맺었지만 성과는 없다는 게 명백히 밝혀졌다. 이재명정부는 최근 공정위가 추진하고 있는 기술 탈취 정책들도 실효성이 있는지 재검토해 기술 탈취로부터 우리 기업들을 보호해야 한다. 중소기업이 소송에 휘말리지 않고 안정적인 경영활동을 하도록 보장하는 게 국가경제를 튼튼하게 하는 길임을 재인식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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